시중은행들이 야심작으로 추진중인 IC카드의 실용화가 지연되고 있다.

IC카드에 들어가는 국산 칩의 성능이 떨어져서이다.

은행들은 미래의 화폐로 떠오르고 있는 IC카드의 개발에 박차를 가해왔다.

전자화폐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화폐가치의 전자적 기호를 담을 수있는
IC칩의 내장이 선결요건.

동남은행은 프랑스의 젬플러스 칩을 택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은행들은
칩의 장기안정공급이란 측면에서 국산칩(S-COS)을 사용해왔다.

메모리용량도 국산 칩이 8KB로 젬플러스의 3KB보다 뛰어났다.

그러나 직원들을 상대로 시범 운용한 결과 두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먼저 최초 발급과정인 초기화단계에서 불량이 자주 생겼다.

전문적인 용어를 빌린다면 퍼스널라이제이션에서 상당한 오류가 발생했던
것.

또 사용중에는 전화용카드등에 부착된 마그네틱 스트라이프처럼 훼손되는
일이 빈번하게 생겼다.

고객들에게로 사용을 확대하려는 은행들의 IC카드 실용화계획은 미뤄질
수밖에 없었고 은행들은 제작사에 이의 개선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국내제작사는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칩을 쓰는 은행들(동남및 광주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은행)은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삼성전자의 기술이 이지경인가"라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결국 삼성전자는 이를 받아들여 기존의 1.5버전을 대신할 2.0버전의
개발에 착수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6월중순께 새로운 칩의 발표회를 가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새로운 칩의 기술력을 파악하는데 최소 2~3개월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IC카드의 본격적인 실용화시대는 이래저래 늦춰지고 있다.

< 이성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