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빈 토플러는 이미 70년대에 가족개념의 해체를 예언했다.

이 절망적인 예측이 어느새 우리나라에서도 일반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인들은 앞으로 외롭지 않은 말년을 보내기 위해 다양한 자구책을 찾아야
할 판이다.

얼마전 일본에서 공부하고 온 조카딸에게 "동경에서 무슨 아르바이트를
했길래 그 비싼 학비를 감당했니. 대단하구나" 했더니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수 없는 기상천외한 아르바이트를 했노라고 대답했다.

그냥 노인들과 "놀아줬다"는 것이다.

일본의 부유한 노인들은 그들의 생일이나 무슨 기념일때 젊은 부부를
고급 레스토랑으로 초대해 친자식인냥 마주앉아 웃고 즐긴다.

자식들이 외국에 나가 있거나 아니면 멀리 있어서 오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게중에는 부모자식간에 담을 쌓은 사례도 있다.

"그런 날이면 우리 부부는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일본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데다 돌아올때는 하루가족이 돼준 대가로 일당까지 받았으니 꿩먹고
알먹고였죠. 그 노인들이 애처롭고 가엾어서 더욱 재미있게 떠들고 재롱을
부려가며 기쁘게 해드렸어요"

하긴 미국에 있을때 TV에서 가끔 본 장면도 그랬다.

외로운 노인들이 전화거는 상대를 정해 놓고 외롭거나 쓸쓸할때 그들과
"목소리 만남"을 갖는다.

상대하는 쪽은 통화시간을 일일이 기록했다가 월말에 세금청구서처럼
계산서를 우편으로 보낸다.

물론 은행 온라인번호와 함께.

그때 나는 "참 못살 데로구나"하며 서글퍼했다.

그런데 머잖아 우리나라에서도 대리 며느리 대리 아들 아르바이트가 각광
받지 않을까 걱정이다.

우리 모두 앞만 보고 치달려온 지난 삶을 한번쯤 되돌아보고 곧 닥칠지도
모를 이 "불행한 예측"에 대비해야 할 때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