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뤼셀=김영규특파원 ]

존메이저 영국총리가 21일 "영국소에 대한 유럽연합(EU)의 금수조치가
해제되지 않는한 유럽통합 작업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은데
대해 대부분의 다른 회원국들은 22일 즉각 비난성명을 발표하는등 광우병
소요로 인한 영국과 여타 유럽연합(EU) 회원국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이날 메이저총리의 발언과 관련 유럽연합(EU)외 여타 14개회원국이 발표한
공식 또는 비공식 성명을 보면 비난분위기가 주류를 이뤘다.

대부분 회원국 정부들은 영국소에 대한 단계적 해금조치로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하면서도 메이저총리의 발언은 "국내
정치용공갈"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이탈리아의 람베르토 디니 외무장관은 "광우병 문제는 무력이나 협박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며 메이저총리도 그의 발언처럼 행동하지는 않을것"
이라고 말했다.

오스트리아의 외무장관 대변인은 "영국정부가 국내의 정치적 이유로 그같은
발언을 한것은 이해가 간다"고 전제, "그러나 그런 발언은 공갈이며 우리가
그말에 금수를 해제한다며 국민들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라 반박했다.

스웨덴정부는 "유럽통합 작업이 그런 발언에 영향을 받는 것은 옳지 않으며
메이저총리가 그같은 마음을 먹은 것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발표했다.

나아가 레나 호제름웰렌 외무장관은 "영국소의 금수해제는 생각지도 않고
있으며 개인적으로 영국쇠고기는 먹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론을 피력했다.

스페인정부는 "메이저의 발언은 국내 정치용이며 유럽연합은 그같은 발언을
수용할수 있는 인내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으며 "네덜란드정부는 문제의
발단은 영국이지 유럽대륙이 아니다"며 비난했다.

광우병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후 금수를 강경히 주장했던 독일은 이날
공식논평은 피했으나 메이저의 발언을 "국내용"으로 치부했다며 언론들은
"협박"이라며 맹비난을 가했다.

다만 최근 자크 시락대통령이 영국을 방문, 양국간 제휴관계를 맺은
프랑스는 비난을 자제한채 외무장관 대변인의 성명을 통해 "오는 6월3일
룩셈브르크에서 열리는 EU 농업장관이사회에서 문제의 해결점을 찾게 될
것임에 확신한다"며 사건의 조속한 해결을 희망했다.

또 EU집행위도 "EU의 모든 사업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한후
"영국소 수입금지에 대한 부분해금을 위해 각회원국 농업장관들에 강력한
권고안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타 회원국의 이런 분위기와는 달리 영국정계에는 유럽통합에
대한 회의론이 보다 거세지는 양상이다.

현재 거부권이 인정되고 외교 안보등 EU의 중요결정에 반대의사를 표명
유럽통합사업에 방해를 하자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흘러 나오고 있다.

또 데일리 메일지가 1면 머릿기사 표제로 "메이저가 마침내 전쟁을 선포
했다"고 환호하는등 영국 언론들도 메이저의 이같은 강경 발언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따라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열세에 몰려있는 메이저정부가 광우병요소를
인기만회의 기회를 활용할 경우 자칫 영국이 유럽통합궤도를 이탈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나돌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