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외제 자동차의 대대적인 판매
공세는 지금까지 말로만 듣던 치열한 자동차대전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실감케 한다.

미국 포드자동차가 직판체제를 구축하면서 저가 판매전략을 들고 나온데
이어 GM도 직판체제 구축을 추진중이고 독일 아우디와 폴크스바겐도
수입차종을 다양화하고 판매가격 인하를 검토중이라는 소식이다.

여기에 수입선다변화조치의 단계적 해제로 내달초부터는 일본차들도
들어오게 돼있어 국내 자동차업계는 미-EC-일로부터 3면협공을 당하는
형국에 몰려 있다.

특히 미국차 수입업체들이 일부 차종의 가격을 배기량이 같은 국산차보다
훨씬 낮게 책정하고 있는 이른바 "저가공세"는 자동차의 성능이나 등급에
익숙지 못한 국내 소비자들을 현혹하는데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같다.

문제는 미국측의 이같은 저가공세가 지금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차
돌풍으로 보아 일시적 현상으로 끝날 것같지 않다는데 있다.

미국 자동차업계 "빅3"의 일본 판매실적은 올들어 전년동기보다 40%
늘어났으며 이로 인해 일본시장의 수입차 점유율이 작년의 6%에서 지금은
8%로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그처럼 견고한 일본 자동차시장도 미국차의 파상공세에 맥없이 뚫리고
있음을 보면서 우리는 한국시장의 현실에 눈을 돌리지 않을수 없다.

올해 국내시장의 외제승용차 판매대수는 작년보다 배정도 늘어난
1만3,000~1만4,000대에 이르러 시장점유율도 1%를 넘어설 전망이다.

배기량 2,000cc이상의 대형만 보면 점유율이 10% 안팎에 이른다.

자동차산업이 우리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보아 두손놓고 걱정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제라도 업계 정부 소비자가 모두 나서 적절한 대응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된다.

두말할 필요없이 시장방어의 1차적 책임은 업계에 있다.

늘 하는 얘기지만 품질향상 서비스개선에 배전의 노력이 있어야 하겠다.

국내 시장상황이 외제차를 소화할만한 여건이 됐기 때문에 외제차의
판매공세가 가능하다고 볼때 언제까지나 정부와 소비자가 국내시장을
지켜주길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다.

정부로서도 할 일이 많다.

당장 발등의 불이 되고 있는 한-미 자동차협상에 대비, 합리적인 대응
논리를 개발해야 함은 물론 수입차의 저가공세가 경우에 따라선 불공정거래
행위로 이어질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시장감시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뭐니뭐니 해도 국내 자동차시장의 명운을 쥐고 있는 쪽은 소비자가 아닐수
없다.

아무리 소비자들에게 국적을 물을 수 없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외제차에
대한 우리 소비자들의 무조건적인 선호경향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

국산차에 대한 애증이 교차하고 있는 것이 우리 소비자들의 묘한 심리임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만약 국내 자동차시장이 외국 자동차메이커들의 손에
떨어지는 일이라도 생긴다면 과연 소비자들에게 어떤 득이 될수 있을지
차분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다.

업계의 피나는 경쟁력강화 노력과 더불어 소비자들의 각성과 냉철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