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분야에서도 대학의 질적 향상을 겨냥한 대학정원 전면 자율화의 시동이
걸렸다.
그간 교육계에서는 "대학의 입학 정원 결정권을 정부가 쥐고 있는 것은
선진국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으며 군사정권이 낳은 교육분야의 대표적인
족쇄"라는데 인식을 같이해 왔다.
물론 61년 박정희군사정권에 의해 정부가 정원관리에 나설 당시에는 부정
편입학이 난무하고 청강생들에게 학위를 남발하는등 열악한 상황이었던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현재 우리 대학들의 성숙도와 발전 지향성등을 감안한다면 정부의
정원 조정은 더 이상 낡은 규제에 불과하다는 것이 교육계 인사들의 한결
같은 주장이다.
교육부도 범 정부적 차원으로 추진되고 규제완화의 물결속에서 이같은
요구를 뒤늦게 수용, 비록 7개 지방사립대에 국한시킨 것이긴 하지만
"정원의 빗장"을 서서히 풀어나가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정비계획법등 관계법령에 의해 수도권 소재 대학과 국립대학등은
이번 자율화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이들 대학들도 98년이후 어느 시점에
가서는 전면 자율화될 것이다"는 교육부 관계자의 말에서 그 취지를 읽을
수 있다.
"규제완화=경쟁력 제고"의 등식이 있듯 정원 자율화도 곧 각 대학간의
경쟁체제를 부추기는 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에 정원자율권을 부여받은 7개 대학은 하나같이 교육여건이 타 대학에
비해 월등히 우수한 학교들이다.
선정 대상이 된 57개 지방사립대학의 교수 1인당 학생수가 평균 36.7명인데
비해 포항공대는 이에 6배가 넘는 6.1명이고 한국기술교대와 부산가톨릭대도
각각 13.3명, 13.9명등으로 충분한 교수를 확보하고 있다.
또 재단 전입금 비율도 한국기술교대 94%, 부산가톨릭대 90.9%, 포항공대
78%등 57개 지방사립대의 평균치인 8.3%를 10배가량 상회하는등 투자여건도
남다른 학교들이다.
따라서 이같은 학교들에 우선적으로 정원자율권을 부여하게 되면 자율화
대학은 곧 우수대학이라는 인식이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심어지게 돼 이에
끼지 못한 대학들과 자연스레 차별화가 이뤄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같은 차별화는 당장 입시등을 통해 더욱 확연히 드러나게 될
것이며 비자율화 대학들도 우수대학으로 평가돼 정원자율책정권을 획득키
위해 다각도로 자구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정원자율책정권은 각 대학들에게 "당근"과 "채찍"으로 작용,
대학간의 경쟁체제가 본격 도입되고 교육의 질적 발전도 앞당길 수 있게
된다.
이와함께 정원 자율화의 간과할 수 없는 특징중의 하나는 자유방임식의
무조건적인 자율이 아니라 반드시 의무가 수반되는 자율이라는 점이다.
교육부의 이번 심사기준은 교수 1인당 학생수및 교사(시설)확보율이 법정
기준이 70%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이 두가지 지표와 <>실험실습비 <>도서
구입비 <>교육비 <>법인 전입금 비율등 6개 지표가 전국 평균을 상회해야
하는등 상당히 까다로운 것이다.
게다가 교수 1인당 학생수및 교사확보율은 97학년도에는 70%이지만
98학년도부터는 매년 10%씩 상향조정돼 2천학년도에 가서는 법정기준치와
동수의 교수를 확보해야만 자율권을 부여받을 수 있게 된다.
이같은 기준을 적용할 때 현재 입학정원 3백명에 교수 1인당 학생수가
6.1명(법정기준 22.3명)인 포항공대의 경우 97학년도에 1천81명이 늘어난
1천3백81명까지 증원할 수 있게 된다.
반면 교수 1인당 학생수가 각각 28.7명과 29.1명으로 법정기준의 70%
(31.9명)에 간신히 끼이게 된 한림대와 인제대는 97학년도에는 극소수의
증원이 가능하나 교수 충원을 하지 않게 되면 법정기준의 80%(27.9명)을
요구하는 98학년도에는 증원을 할 수 없게 된다.
즉 학생수의 증가에 따라 이에 맞추 교수 충원 노력을 수반하는 대학들만
정원 자율책정권의 혜택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윤성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