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또 지적재산권 문제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오는 6월17일까지 강력한 지적재산권 보호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중국의 주요수출품 20억달러 어치에 대해 100%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미무역대표부 발표가 나오자 중국도 맞보복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나섰다.

아직 한달의 시간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 파국적인 맞보복조치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작년에도 그랬듯 이번에도 줄다리기를 벌여 보복관세 발효시한 직전에
극적인 타협안을 내놓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은 이번의 지적재산권 문제가 타결된다
하더라도 앞으로 자주 현안과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고 그 영향이 우리와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작년중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338억달러에 달한다는 것이 미국측
주장이다.

대일 무역적자(593억달러)보다는 적지만 작년 무역적자(1,110억달러)의
30% 이상이 대중 무역에서 빚어졌다는 얘기다.

이 숫자에 대해 중국의 주장은 다소 다르다.

홍콩 싱가포르 등으로 수출됐다가 다시 미국으로 나간 것까지 포함되는
등으로 미국의 주장이 다소 과장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역조가 심한 것은 분명하고 그만큼 분쟁의 가능성도
크다고 볼수 있다.

지금까지 일본을 겨냥한 미국의 수입규제조치가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에도
적잖은 타격을 주는 꼴이었는데 앞으로 미-중 무역분쟁의 불똥이 우리에게
영향을 줄 가능성도 전무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동안 꾸준히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호조치를 위해왔지만 미국이 여전히
우리나라를 지적재산권관련 우선감시대상국으로 열거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럴 우려를 떨쳐버릴 수없다.

이번 미.중간 지적잰산권관련 줄달이기는 WTO(세계무역기구)체제 아래서도
결국 무역분쟁은 쌍무적인 차원에서 해결해야할 것이라는 점을 더욱 분명히
하는 사례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자간협상인 UR(우루과이 라운드)로 자국에 유리한 지적재산권보호
서비스교역자유화의 명분을 축적, 이를 쌍무적인 협상을 통해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미국의 무역정책이라고 할수 있다.

개방의 압력이 끊임없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거듭인식해야 한다.

클린턴행정부가 중국에 대해 강력한 지적재산권보호를 요구하고 나선데는
대통령선거를 앞둔 미국의 집안사정때문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이 있다.

공화당후보로 확실시되는 돌 상원원내무진영에서 대중통상외교를 지속적
으로 문제삼아 왔기 때문에 이에 대처하기 위해 강수를 구사하고 나섰다는
지적이다.

양국간 분쟁이 파국까지는 가지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인 것도
대중무역제재가 다분히 정치적 논리에 따른 것이고, 미국 경제계의 폭넓은
지지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라는 인식에 근거를 두고 있다.

중국의 소프트웨어 불법복제로 자강 큰 피해를 보고 있는 마이크로
소프트사도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대중무역제재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것은 보기에 따라서는 중국업계의 통상외교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도
할수 있어 특히 의미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