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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루몽] (416) 제10부 정염과 질투의 계절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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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옥은 차츰 상처가 아물고 기운이 돌아와 병상에서 일어나게 되었다.

    보옥은 오랜만에 혼자의 힘으로 이홍원 뜰을 산책하며 새소리를 듣고
    꽃과 나무들을 둘러보았다.

    병상에서는 자꾸만 비관적인 생각들이 오락가락하였는데 몸이 낫고
    보니 그런 생각들도 슬그머니 떠나가고 주위 풍경들이 신선하고 아름답게
    시야에 들어왔다.

    역시 몸이 건강해야 정신도 건강해지는 모양이었다.

    어쩌면 몸 따로 있고 정신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둘은 동일체로서
    작용만 다르게 하는지도 몰랐다.

    기분이 좋아진 보옥이 입에서 흥얼흥얼 노래소리가 흘러나왔다.

    내가 무슨 노래를 부르고 있나.

    보옥이 자기 입에서 나오는 가락을 짚어보니 언젠가 연극 구경하면서
    들은 "모란정곡"이었다.

    그런데 몇 구절 읊조리다가 그 다음 가사가 생각나지 않아 보옥은
    노래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문득 배우가 구성진 목소리로 시원하게 불러젖히는 "모란정곡"을
    듣고 싶었다.

    그러자 이향원에 기거하고 잇는 열두 명의 여배우들에게 생각이 미쳤다.

    그들 중에서 특히 영관이라는 배우가 노래를 잘 한다고 소문이
    나 있던데 영관에게 부탁하여 "모란정곡"을 들어볼까.

    보옥은 이향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향원으로 들어서니 보관과 옥관이 보옥을 알아보고 반색을 하며
    자리를 권하였다.

    지금은 연극 연습시간이 아닌지 이향원 전체가 조용한 편이었다.

    "영관이라는 애는 어디 있지?"

    보옥이 주위를 둘러보며 보관과 옥관에게 물었다.

    "저기 자기 방에 있을걸요"

    보옥이 영관의 방으로 들어서니 영관은 베개를 가슴께에 끌어안고
    무슨 생각에 골똘히 젖어 있었다.

    치마가 접혀져 허연 장딴지가 드러나 있는데도 그저 편한 자세로
    비스듬히 드러누워 있었다.

    몸매가 꽤 미끈하겠는데.보옥은 영관이 알몸으로 누워 있는 모습을
    얼핏 상상해보며 영관 옆으로 다가갔다.

    영관은 보옥이 다가오든 말든 상관이 없다는 표정으로 본체만체 하였다.

    당돌한 계집이군. 보옥은 엉덩이가 영관의 아랫배에 닿을 정도로
    일부러 영관 옆에 바짝 붙어 앉아보았다.

    영관의 머리카락에서인지 아니면 몸 전체에서인지 사향 향내 비슷한
    것이 풍기고 있었다.

    그렇게 남자가 들어와 옆에 붙어 앉는데도 영관은 여전히 꼼짝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냥 안아버린다 해도 그대로 있을 것만 같았다.

    보옥은 갑자기 흥분이 되어 들뜬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모란정곡 중에서 한 곡 불러줄래. "요청사"도 좋고"

    그제서야 영관이 깜짝 놀라며 발딱 몸을 일으켰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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