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웅배부총리는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대기업정책 방향은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공정거래질서 확립을 전제로 각종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것"이라며 "이에 대한 정부내 이견은 없다"고 강도높게 말했다.

이는 "대기업정책은 경제부총리가 하는 것"이란 말에서도 읽을수 있듯
앞으로 재경원이 직접 대기업정책에 대한 키를 쥐고 방향을 잡아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최근들어 재경원 공정위등 각 부처에서 경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대기업정책에 대한 각종 논쟁들이 당분간 "수면아래"로 잠복하는등 부처간
호흡조절기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미 이날로 예정됐던 "신대기업정책" 관련 공청회를
무기한 연기해 놓은 실정이다.

이날 간담회에 앞서 열렸던 나부총리 박재윤통산부장관 김인호 공정거래
위원장 구본영 청와대 경제수석등 경제팀의 조찬모임에서도 이같은 정책
방향에 대해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청와대 재경원 공정위등이 제각각 대기업정책을 들고 나오면서
당사자인 대기업들조차 이게 규제강화인지 완화인지 혼란스럽다는 지적이
나왔을 정도다.

나부총리는 이같은 혼선이 주로 대기업상호지급보증 축소방안 발표등
공정거래위원회의 돌출행동을 통해 나왔다는 점을 의식, "내가 필리핀에서
열린 ADB(아시아개발은행)총회에 참석하는 사이에 상의없이 발표했다"

"공정위는 법테두리안에서 경쟁제한적인 행위를 감시하는 곳이지 정책을
만드는 곳이 아니다"며 불쾌한 심정을 간접 토로했을 정도다.

이제 재경원이 중심에 서게된 만큼 앞으로 대기업정책은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방향의 개혁"을 주장해온 나부총리스타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전경련회장단회의를 통해 재계가 주장한 <>여신관리제도 <>출자총액
제한 <>계열사간채무보증 축소방침의 폐지등을 전면 받아들일 생각은 없으나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계속 협의해 나가겠다게 나부총리의 얘기이다.

특히 최근 대기업정책의 핵심 이슈로 등장한 계열사 지보축소방안과 관련
나부총리는 "공정위가 발표한 계열사간 지급보증 축소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겉으로는 부처간 "이견없음"을 강조했지만 "공정위안도 예외규정이
많은 만큼 이를 충분히 살리는 쪽으로 추진하겠다"며 "예외"에 대해 상당히
길게 언급했다.

입법과정에서 재계등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지적이다.

다른 대기업정책들도 이같이 현실을 감안해 추진될 전망이다.

조세연구원등에서 제기한 경영권상속에 대한 과세과세등 다소 급진적인
정책은 "장기적인 검토과제"로 미루고 상장기업의 공시제도 및 감사기능강화
소액주주 권익강화등 이미 골격이 발표된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방안들이
하나씩 하나씩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육동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