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3국협의회는 대북정책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준
회의였다.

논란이 많았던 식량지원(3국공통) 경협(한국) 경제제재완화(미국) 수교
협상(일본) 등을 모두 전략적 관점에서 활용해야 한다는 우리입장이 관철
됐다.

특히 한.미공동의 4자회담설명회 개최제안은 4자회담을 미국의 제의로만
간주하려던 북한의 한국배제기도를 조기에 차단, 제의검토단계에서 최종
결론에 이르는 회담 전과정에 주도권을 잡는다는 정부입장이 반영된 결과다.

또 미국은 이번에 식량지원계획이 없으며 재론되더라도 한국과 일본, 특히
한국이 주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지난 1월 하와이 3국협의회시 "대규모 정부지원은 없다"고
합의한 후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에 소규모(2백만달러)식량지원을 감행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본이 북일수교협상을 남북관계나 4자회담추이를 봐가며 재개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하고 심지어 기회있을 때마다 북한측에 남북회담과 4자회담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도 한국주도권과 관련해 주목된다.

이같은 미일의 한국지원은 한국의 주도권을 부각시켜야 북한이 4자회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협의회는 북한의 선택폭을 더욱 좁히는 결과를 낳았다.

북한입장에서는 경제제재완화같은 유인책이 제시되지 않았고 미국과의
접촉기회로 여겼던 설명회마저 뜻대로 이뤄지지 않아 실망감이 클 수 밖에
없다.

또 한국은 4자회담제의와 이에 대한 3국의 공조를 확인함에 따라 북한이
종전처럼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주장할 때 가졌던 부담을 크게
덜 수 있게 됐다.

북한은 이제 4자회담에 대한 반응을 서둘러야 할 상황을 맞게 됐다.

[ 서귀포 = 허귀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