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희 < 삼성물산 전략기획실 과장 >

화교라고 하면 싱가포르에서 4년 가까이 주재생활을 한 바 있는 필자에겐
우선 싱가포르의 중국인들이 생각난다.

주로 18~19세기 중국의 혼란기에 그야말로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고향을
떠나 먼 이국 땅에 정착하여 살고 있는 중국인들.

이제 그들이 동남아시아의 중요한 경제 세력으로 중국경제발전의 원동력
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등 동남아 각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화교들은 그들의
국적은 저마다 달라도 그들 자신이 중국인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어려운 환경속에서 온갖 역경을 이기고 그들 나름의 화교사회를
구축하기까지 철저하게 실용주의적이었다.

중국인 특유의 가족중심적 사고방식을 잃지 않고 있다.

우리 말에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쓴다"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이 바로
화교들의 경제철학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화교들은 그들의 부를 축적하기 위해 그야말로 온갖 궂은일, 어려운 일을
마다하지 않고 근검 절약 노력해서 이제는 그 부를 과시하고 자랑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동남아시아 각국의 성공한 화교들은 이제는 우리들로서는 그야말로 영화
에서나 볼수 있는 호화주택에 살고 최고급 승용차를 몰며 옛날 그 선조들이
눈물을 흘리며 떠난 중국의 고향땅에 금의환향하여 자랑스럽게 거액의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매년 1,000억달러가 넘는 중국의 외국투자 자본의 50%이상이 화교
자본이라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아무리 궂은 일,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도
서슴없이 하는 중국인들.

그들의 축적된 부를 과시하기 좋아하면서도 낭비할줄 모르는 이들 화교가
이제 동남아시아 경제의 주역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