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휘 < 국토개발연 선임연구위원 >

정부는 지난해 12월 정기국회때 "산업입지및 개발에 관한 법률"을 대폭
개정했다.

개정내용중 주목을 끈 사항은 공업단지의 법적 명칭을 "산업단지"로 바꾼
것과 공업단지의 기능을 복합화한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공업단지는 공업생산이란 단일기능만을 갖는
전통공업단지 일색이다.

이것을 앞으로는 공업생산 기능외에 상업기능 업무기능 교육-연구기능
정보기능 유통기능 주거기능 스포츠및 레크리에이션 기능을 함께 갖춘
다기능 복합단지로 개발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렇게 하는 데는 다음과 같은 두가지 배경이 깔려 있다.

첫째 우리나라가 21세기의 공업선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공업단지 개발
방식도 이에 상응하도록 바꾸어야 하고, 둘째 현재의 공업단지 개발방식은
분양이 잘 안될 뿐만 아니라 민간이 공단개발 참여를 기피하고 있어 공단
개발에 어려움이 크다는 인식이 그것이다.

즉 21세기 공업선진화에 대처하고 공업단지 개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공업단지의 유형과 기능도 바꿔져야 한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공업의 질적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져 있다.

외국의 개발된 기술을 도입하여 공장을 돌리는 데에만 열을 올렸을뿐
자체 기술개발에는 소홀히해 왔다.

그런데 세계는 지금 무한 경쟁시대로 돌입하고 있고 여기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첫째도 둘째도 기술개발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아니된다.

그 일환으로 연구개발형 공업단지개발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연구개발형 공업단지는 인큐베이터 시설과 벤처기업 육성이 중심이 된다.

이는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 기본 조직인 것이다.

또한 산-학-연을 결합시킨 시스템을 갖추게 되므로 대학과의 연계가
필수적이다.

미국에는 이러한 연구단지(리서치파크)가 1991년 현재 285개나 있고,
영국에도 65개가 있다.

우리나라는 95년 현재 462개의 공업단지가 지정되어 있지만 연구단지는
대덕연구단지와 조성중에 있는 광주과학단지 뿐이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이 연구단지 개발을 통해 공업기술의 향상과
공업선진화를 촉진하였듯이 우리나라도 금후에는 많은 연구단지를 개발하여
공업의 선진화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연구단지와 더불어 선진국에서 보편화되어 있는 공업단지 유형으로
다기능의 복합단지가 있다.

미국과 영국의 비즈니스파크는 공업생산 기능과 서비스기능 업무기능
유통기능을 단지내에 함께 수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복합단지 유형이다.

이 경우 주기능은 공업생산기능이고 나머지 기능들은 지원기능들이다.

단지의 공업생산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와 업무-유통기능이
함께 입지하여 유기적 결합체계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복합단지
를 탄생시켰다.

따라서 공장들의 집합장소로서 기능이 강조된 기존의 전통공단과는
큰 차이가 있다.

복합단지는 다음과 같은 몇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 복합단지는 주민 친화시설이란 점이다.

지금까지 공업단지에 대한 인식은 주민과 떨어져 있어야 하는 기피시설
이었다.

따라서 직-주 분리를 원칙으로 하여 주민과는 가능한 한 멀리 떨어지는
곳에 개발했다.

복합단지는 주민이 모여 일하고 쉬며 연구와 교제하는 주민 친화시설이란
점이다.

이는 마치 백화점이 일상품의 구매를 위한 다수주민의 친화시설인 것처럼
복합단지는 공업생산시설 서비스시설 업무시설 스포츠시설 유통시설을 함께
입지 시킴으로써 이러한 시설에 대한 니드를 갖는 주민 집합장소의 기능을
다할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둘째 복합단지는 입지가 자유로워 그 개발이 활성화한다는 점이다.

복합단지는 철강 정유및 석유화학 비철금속 조선과 같은 중화학공업을
입지시키는 공업단지가 아니라 고도 기술집약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도시형
공업의 육성을 위해 개발하는 단지이므로 입지제약이 크지 않다.

예컨대 항만 철도 대용량의 공업용수와 같은 물적기반 시설보다는 고급두뇌
인력 양호한 주거환경과 같은 소프트인프라시설이 더 중요하고 공단규모가
크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용지확보제약도 적다.

따라서 도시근교는 물론 도시내 공업지역 준농림지역 어디서나 입지가
가능하므로 금후 이러한 지역을 중심으로 복합단지는 물론 연구단지의
개발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복합단지는 분양이 잘될수있어 민자유치사업으로 유망한 점이다.

공단규모가 작은데다 입지가 자유롭고 또한 공업용지 외에 업무용지
유통용지, 심지어 주거용지나 스포츠용지까지 개발이 가능하므로 분양이
용이하게 된다.

정부는 21세기의 국내외 경제 사회여건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다기능의
복합단지와 연구단지 개발의 제도적장치를 마련해 놓았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이 제도의 정착을 위한 후속조치는 물론 복합단지
연구단지 개발방법 등을 다각적으로 연구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