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에 큰 상을 받게 돼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돌아가신 은사 경산 김형환 선생님과 어려운 생활을 한마디 불평없이
견뎌준 가족들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제8회 대한민국 서예대전에서 대상을 차지한 강선규씨(33)는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질로 알고 남은 공부에 진력하겠다"고 밝혔다.

대상수상작인 "송감시어사구백은부회령"은 조선영조때 문인 석북
신광수가 회령에 감시어사로 파견돼 가는 구백은과의 이별을 아쉬워하는
내용.

심사위원들로부터 "북위시대의 해서체가 지닌 역동적 힘과 강한
생명력을 잘 표현했을 뿐만 아니라 기본필법을 현대적 감각으로 새롭게
재구성한 대목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았다.

"서예를 처음 접한 것은 9살때부터였습니다.

고교3년때 경남 도전에 입선한 것이 계기가 돼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어요.

잡념을 떨치고 묵향의 세계에 빠져들다 보면 손마디가 굳는 고통도
잊을 수 있어 좋습니다"

지난 1년동안 500여장의 파지를 내며 이 작품에 매달렸다는 강씨는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좋은 종이를 써보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쉬웠다고
털어놓았다.

고향인 경남 사천읍 수석리에서 "우천서실"을 운영하고 있다는 그는
"쓰면 쓸수록 묘미가 느껴지는 것이 해서"라며 "앞으로도 꾸준히 정진해
이 부문의 대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수련이 일정 수준에 도달할때까지 특별전이나 개인전을 열 계획은
없다고.

94년 도은 이숭인 선생의 "촌거"로 경남 서예대전에서 대상을 받기도 한
김씨는 대한민국 서예대전 입선 4회, 경남 서에대전 특선 및 입선 7회의
경력을 갖고 있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