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논단] 4자회담과 남북경협 .. 김영호 <경북대 교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최근 미국과 일본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서 북한의 고위관리들과 토론할
기회가 몇차례 있었다.
4월말 미국애틀랜타의 카터센터에서 열린 한반도통일문제 심포지엄에서
북한노동당의 이종혁 부부장일행과의 토론 그리고 지난 2월 일본의 니가타
에서 열린 동북아교류협력심포지엄에서 북한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의
김응렬부위원장 일행과의 토론은 매우 유익했다.
김응렬 부위원장이 나진.선봉자유경제무역지대추진의 어려움을 솔직히
털어놓은 술회가 어쩐지 잊혀지지 않는다.
"이제 지쳤습니다. 오려고 하는 남쪽 기업들을 정부가 왜 그렇게도
막습니까"
"우리가 물러나고 나면 그자리를 누가 채우겠습니까. 민족의 장래가 걱정
입니다"
"시간이 없는것 같습니다"
이말은 결국 당의 온건개방세력의 노력이 실패할 경우 군부를 중심으로한
강경보수세력이 사태를 장악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남북간에 전쟁발발
위험성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뜻인 것 같았다.
그의 술회를 생각하면 연달아 떠오르는 것이 지난 92년 여름 당시 북한의
김달현 부총리가 한국기업 현장방문을 위하여 판문점을 넘어오면서 했던
말이다.
"우리는 하자는 겁니다. 반드시 기대에 보답할 것이니 하자는 겁니다"
그러나 그후 당초 약속했던 한국경제부총리의 답방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른 경제공동위도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결국 북한의 김달현일파는 좌천돼 버렸고 강경보수파가 핵개발쪽으로
사태를 몰아갔다.
그 결과 남북관계는 핵문제로 복잡하게 얽히고 한국의 대외투자의 물줄기는
북한쪽이 아니라 중국.동남아쪽으로 흐르게 되었다.
그런데 그후 김일성의 두만강개발사업 계승유훈에 따라 재등장한 온건세력
이 한국의 협력을 받지 못하여 다시 강경보수파에 밀리는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필자는 최근 북한의 잇따른 전쟁도발발언과 DMZ도발을 보면서 김응렬
부위원장의 솔직한 취담이 자꾸 떠올랐다.
우리는 여기에서 북에 경제개방의 "탈출구"를 만들어 주지 않으면 북의
강경보수파가 사태를 장악하여 남북긴장을 강화하고, 그것은 한국의 군비
확장을 자극하여 상당한 경제적 코스트로 환원된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DMZ긴장이후 정부는 67억달러의 신무기를 도입한다지 않는가.
그렇다면 대북투자는 대동남아투자에 비하여 전쟁위험성을 줄이는 이점과
통일비용을 줄인다는 이점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것이다.
그것은 다시 남북군비축소-동북아군비축소-두만강평화개발 투자확대-한국의
경제력증가-군사기술의 민수전환의 길을 터주게 될것이다.
투자여건을 순수 경제적 측면에서만 계산할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카터센터 심포지엄을 계기로 애틀랜타에서 며칠간 접촉한 이종혁
부부장일행은 북미대화의 중요성과 함께 남북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눈길을 끌었다.
4자회담을 북미측과 남북축의 양축 구조로 구상하는것 같았다.
그들은 한국이 아니라도 다른 외국이 얼마든지 나진.선봉지구에 투자하고
있다는 종래의 입장과는 달리 한국투자가 결정적 요건이 된다는 사실을
솔직히 털어 놓기도 했다.
그리고 이미 28개의 개방관련 법령이 정비된점을 소개하면서 한국정부의
비협조를 비판하였다.
그러나 필자는 북한의 대한국투자유인정책에도 큰 문제가 있음을 강조
하였다.
현재 주로 임가공형태로 약3억달러의 남북무역을 실현하고 있지만 앞으로
임가공무역에서 직접투자 단계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투자여건도 중요하지만
시장, 특히 북한의 내국시장과 한국시장이 중요한데 한국시장을 노리는
경우에도 지금 북한의 28개 법령의 테두리 내에서는 문제가 많다고 지적
하였다.
지금 북한의 투자허용 법적근거는 "공화국밖에 사는 해외동포"라는 규정
인데 이규정은 결국 외국과의 관계를 말하는 것이고 따라서 이 규정에 따른
투자와 그 생산물의 반입은 앞으로 WTO체제하에서 내국거래, 혹은 민족내부
거래로 인정받기 어렵게 된다.
그렇게 되면 외국제품과 같이 관세를 지불해야 되고 따라서 한국시장에서
한국제품과 경쟁하는게 그만큼 불리하다.
따라서 한국시장을 노리려면 관세를 물지 않는 길을 찾아야 되고 그런
전망이 있어야 수출경쟁력의 증가로 이어져 한국의 대외투자 물줄기를
북으로 돌릴수 있게 된다.
남북합작이 본격화되면 될수록 내국거래형태가 긴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북한의 합영.합작법이나 투자법의 규정을 넘어 남북
기본합의서체제에 따른 경제공동위의 관리를 받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기업이 요구하는 투자보장협정의 문제도 이 방식으로 해결할수 있다.
중국은 대만투자의 물줄기를 끌어들이기 위하여 "대만동포 투자우선규정"
까지 두고 있지 않은가.
정부는 4자회담의 테두리내에서 남북 기본합의서체제의 복원을 서둘러야
할것이다.
남북 경제공동위의 관리하에 남북분업형 경제통합의 실현을 하려면 할수도
있지 않을까.
우선 나진.선봉지구에 한국토지개발공사가 한국전용공단을 만드는 문제도
적극 추진할만하다.
남북무역이 현재 3억달러규모에서 10억달러 규모로 확대되면 남북관계의
상호의존관계도 더욱 확대될 것이다.
이종혁 부부장도 남북 기본합의서의 부활을 강조하면서 "김선생의 여러
제안들은 신중하게 잘 검토해 보겠습니다"고 필자에게 여러차례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3일자).
기회가 몇차례 있었다.
4월말 미국애틀랜타의 카터센터에서 열린 한반도통일문제 심포지엄에서
북한노동당의 이종혁 부부장일행과의 토론 그리고 지난 2월 일본의 니가타
에서 열린 동북아교류협력심포지엄에서 북한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의
김응렬부위원장 일행과의 토론은 매우 유익했다.
김응렬 부위원장이 나진.선봉자유경제무역지대추진의 어려움을 솔직히
털어놓은 술회가 어쩐지 잊혀지지 않는다.
"이제 지쳤습니다. 오려고 하는 남쪽 기업들을 정부가 왜 그렇게도
막습니까"
"우리가 물러나고 나면 그자리를 누가 채우겠습니까. 민족의 장래가 걱정
입니다"
"시간이 없는것 같습니다"
이말은 결국 당의 온건개방세력의 노력이 실패할 경우 군부를 중심으로한
강경보수세력이 사태를 장악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남북간에 전쟁발발
위험성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뜻인 것 같았다.
그의 술회를 생각하면 연달아 떠오르는 것이 지난 92년 여름 당시 북한의
김달현 부총리가 한국기업 현장방문을 위하여 판문점을 넘어오면서 했던
말이다.
"우리는 하자는 겁니다. 반드시 기대에 보답할 것이니 하자는 겁니다"
그러나 그후 당초 약속했던 한국경제부총리의 답방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른 경제공동위도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결국 북한의 김달현일파는 좌천돼 버렸고 강경보수파가 핵개발쪽으로
사태를 몰아갔다.
그 결과 남북관계는 핵문제로 복잡하게 얽히고 한국의 대외투자의 물줄기는
북한쪽이 아니라 중국.동남아쪽으로 흐르게 되었다.
그런데 그후 김일성의 두만강개발사업 계승유훈에 따라 재등장한 온건세력
이 한국의 협력을 받지 못하여 다시 강경보수파에 밀리는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필자는 최근 북한의 잇따른 전쟁도발발언과 DMZ도발을 보면서 김응렬
부위원장의 솔직한 취담이 자꾸 떠올랐다.
우리는 여기에서 북에 경제개방의 "탈출구"를 만들어 주지 않으면 북의
강경보수파가 사태를 장악하여 남북긴장을 강화하고, 그것은 한국의 군비
확장을 자극하여 상당한 경제적 코스트로 환원된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DMZ긴장이후 정부는 67억달러의 신무기를 도입한다지 않는가.
그렇다면 대북투자는 대동남아투자에 비하여 전쟁위험성을 줄이는 이점과
통일비용을 줄인다는 이점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것이다.
그것은 다시 남북군비축소-동북아군비축소-두만강평화개발 투자확대-한국의
경제력증가-군사기술의 민수전환의 길을 터주게 될것이다.
투자여건을 순수 경제적 측면에서만 계산할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카터센터 심포지엄을 계기로 애틀랜타에서 며칠간 접촉한 이종혁
부부장일행은 북미대화의 중요성과 함께 남북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눈길을 끌었다.
4자회담을 북미측과 남북축의 양축 구조로 구상하는것 같았다.
그들은 한국이 아니라도 다른 외국이 얼마든지 나진.선봉지구에 투자하고
있다는 종래의 입장과는 달리 한국투자가 결정적 요건이 된다는 사실을
솔직히 털어 놓기도 했다.
그리고 이미 28개의 개방관련 법령이 정비된점을 소개하면서 한국정부의
비협조를 비판하였다.
그러나 필자는 북한의 대한국투자유인정책에도 큰 문제가 있음을 강조
하였다.
현재 주로 임가공형태로 약3억달러의 남북무역을 실현하고 있지만 앞으로
임가공무역에서 직접투자 단계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투자여건도 중요하지만
시장, 특히 북한의 내국시장과 한국시장이 중요한데 한국시장을 노리는
경우에도 지금 북한의 28개 법령의 테두리 내에서는 문제가 많다고 지적
하였다.
지금 북한의 투자허용 법적근거는 "공화국밖에 사는 해외동포"라는 규정
인데 이규정은 결국 외국과의 관계를 말하는 것이고 따라서 이 규정에 따른
투자와 그 생산물의 반입은 앞으로 WTO체제하에서 내국거래, 혹은 민족내부
거래로 인정받기 어렵게 된다.
그렇게 되면 외국제품과 같이 관세를 지불해야 되고 따라서 한국시장에서
한국제품과 경쟁하는게 그만큼 불리하다.
따라서 한국시장을 노리려면 관세를 물지 않는 길을 찾아야 되고 그런
전망이 있어야 수출경쟁력의 증가로 이어져 한국의 대외투자 물줄기를
북으로 돌릴수 있게 된다.
남북합작이 본격화되면 될수록 내국거래형태가 긴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북한의 합영.합작법이나 투자법의 규정을 넘어 남북
기본합의서체제에 따른 경제공동위의 관리를 받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기업이 요구하는 투자보장협정의 문제도 이 방식으로 해결할수 있다.
중국은 대만투자의 물줄기를 끌어들이기 위하여 "대만동포 투자우선규정"
까지 두고 있지 않은가.
정부는 4자회담의 테두리내에서 남북 기본합의서체제의 복원을 서둘러야
할것이다.
남북 경제공동위의 관리하에 남북분업형 경제통합의 실현을 하려면 할수도
있지 않을까.
우선 나진.선봉지구에 한국토지개발공사가 한국전용공단을 만드는 문제도
적극 추진할만하다.
남북무역이 현재 3억달러규모에서 10억달러 규모로 확대되면 남북관계의
상호의존관계도 더욱 확대될 것이다.
이종혁 부부장도 남북 기본합의서의 부활을 강조하면서 "김선생의 여러
제안들은 신중하게 잘 검토해 보겠습니다"고 필자에게 여러차례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