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신규 통신사업자 선정작업 과정에서 경영의 도덕성에 관한
심사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나서자 그 배경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통부는 신규 통신사업을 추진중인 전국및 수도권 34개 컨소시엄에 대해
최근 5년간 탈세 부실공사 대형사건-사고 환경오염 뇌물수수 등과 관련해
세금추징 또는 유죄판결을 받은 자료를 제출토록 요청했으며 대부분의
기업들이 마감시한인 지난 10일까지 이같은 자료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통부에서는 허가신청 법인들이 지난 4월 제출한 도덕성관련
자료에 미흡한 점이 많아 추가자료를 요구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관련
기업들은 도덕성평가가 사업자선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해졌다며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우리는 정통부가 지난 3월 기간통신사업자 허가신청공고 가운데 일부를
수정, "기업경영의 도덕성"을 심사기준에 추가했을 때까지만 해도 통신산업
의 공공성에 비추어 있을수 있는 일이라는 입장을 보였었다.

그러나 정통부가 서류심사도중 추가로 관련자료를 제출토록 한것은 도덕성
문제가 돌발사안이 아닌 이상 납득하기 곤란하다.

특히 도덕성문제가 최종 사업자선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정통부 관계자의 최근 공언과 배치되는 조치여서 더욱 그렇다.

우리는 이같은 조치가 최근 정부의 신대기업정책을 두고 정부와 재계가
불편한 관계에 빠진 가운데 나온 것임에 주목한다.

만약 정통부의 이같은 입장변화가 외부의 입김에 의한 것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기업경영에 도덕성이 요구됨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지만 현실적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이를 확대 적용하려는 정부의 태도는 여러가지 면에서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크다.

첫째 도덕성이라는 애매모호한 기준에 의해 신규 통신사업자 선정여부가
결정된다면 그 후유증이 심각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애당초 도덕성이란 법과는 달리 개인 또는 집단의 양심과 양식에 호소해야
하는 것이지 획일적인 잣대로 재어 벗어나면 처벌할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둘째 부도덕한 기업은 통신사업을 해서 안된다는 논리는 통신사업을 빼고
다른 사업은 부도덕해도 좋다는 뜻인가.

부도덕해서 도저히 통신사업을 못시키겠다면 다른 사업도 못하도록 해야
마땅하다.

통신사업만이 무균질이어야 할 이유를 납득할수 없다.

셋째 기업이 타락했다면 그 책임은 정치권과 관료사회도 나누어져야 마땅
하다.

과거 우리기업의 대내외환경은 무균질경영을 가능케 해주지 못했다.

특히 대기업은 이번 비자금사건에서도 드러났듯이 정치인과 관료들에게
밉보여서는 기업을 할수 없는 입장이었다.

따라서 대기업치고 도덕성에 하자없는 기업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통신산업은 21세기를 여는 산업이다.

출발부터가 새로워야 할 마당에 이미 다 끝난 과거의 일을 문제삼겠다는
것은 구태의연한 관료적 발상이다.

통신사업자 선정의 주안점은 뭐니뭐니 해도 통신선진국 진입과 국리민복을
위한 기여 가능성에 두어져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