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2~93년 국내 주식시장에 "저PER 혁명"을 일으킨 주역.

국내 펀드매니저들에게 템플턴 펀드는 이렇게 기억되고 있다.

설립자 존 템플턴(84)의 이름을 딴 이 펀드는 한국시장 진출초기부터
PER(주가수익비율)가 낮은 종목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당시 PER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국내 투자자들도 템플턴 펀드로 대표되는
외국인 매수세에 용기를 얻어 저PER 종목군에 눈을 돌렸다.

결국 저PER 종목의 주가는 "저PER 혁명"이라 불릴 정도로 단숨에 크게
올랐다.

대다수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 포철 한전 등 블루칩(고가우량주)에
매달렸던 것과는 달리 고려화학 한국타이어 동방아그로 같은 저PER주를
고집했던 템플턴 펀드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조지 소로스의 퀀텀펀드를 비롯해 외국계 펀드 대부분이 우리 주식시장에서
고배를 마셨던 것과는 대조된다.

템플턴의 펀드매니저들은 아무리 좋은 주식이라도 장외시장에서 웃돈
(OTC 프리미엄)을 주고 사지는 않는다.

또 그들은 3년이상 PER가 10이하를 유지한 종목가운데 부채비율이 100%를
넘지 않는 종목에만 관심을 갖는다.

이 원칙은 우리 주식시장에 진출할 때도 철저히 지켜졌다.

한전의 경우 외국인들에게 한국시장을 대표하는 주식으로 인식돼
개방되자마자 외국인 투자한도가 소진됐고 곧바로 장외에서 외국인간에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됐다.

그러나 템플턴 펀드는 당시 한전의 PER가 17정도로 고평가돼 있다고
판단하고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이처럼 저PER 개별종목을 고집하다보니 포트폴리오에서 한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낮다.

지난 4월1일 외국인 한도가 확대됐을 때도 2,000만달러(156억원)를
추가로 배정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향후 우리 주식시장의 개방폭이 커지면 포트폴리오에서 한국시장의
비중을 더 높일 것이고 그때도 재무구조가 우량한 저PER주를 매수할 것임은
틀림없다.

템플턴 펀드는 바이 앤 홀드(buy&hold) 전략을 쓰기로도 유명하다.

"이어징 마켓의 황재"라 불릴정도로 신흥시장에서 저평가된 종목을
발굴하는데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 이 펀드이고 보면 당연한 일이다.

PER가 낮고 재무구조가 좋은 주식을 템플턴의 펀드매니저들은 "바겐세일
종목"이라고 부른다.

술.담배 제조회사나 도박등 유흥업에 종사하는 회사주식은 절대 사지 않은
것도 템플턴 펀드만의 개성이다.

설립자인 존 템플턴이 절실한 기독교신자여서 이런 주식을 사는 것을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펀드매니저 사이에서도 이 펀드는 원칙에 충실하고 아주 멀리보는
보수적인 펀드로 정평이 나있다.

단기간에 높은 수익률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590억달러(46조원)에 달하는
운용자산을 가지고도 항상 수익률 상위를 유지해 온 것은 템플턴 펀드의
자랑이다.

템플턴 펀드에서 아시아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은 마크 모비우스
(Mark Mobius) 이다.

율브린너처럼 대머리인 그는 뉴욕에서 연극배우를 하다 펀드매니저로
변신한 괴짜이다.

중소형종목을 발굴하는데 귀재로 알려져 있다.

그는 아시아의 웬만한 기업들은 다 방문해 봤을 정도로 발로 뛰는
펀드매니저로도 유명하다.

설립자인 존 템플턴(John Templeton)도 60세가 넘어서까지 펀드를
운영했던 화제의 인물이다.

지난해말 미국 펀드매니저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그는
워렌 버펫과 피터 린치에 이어 인기순위 3위에 올랐다.

예일대와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후 40년대부터 전문투자가로
나섰던 그는 지난 72년 자신의 이름을 딴 템플턴 재단을 설립했다.

종교노벨상으로 불리는 "템플턴상"이 바로 이 재단이 재정한 것이다.

템플턴 펀드는 본사를 세계 주식시장의 중심인 월 스트리트가 아닌
플로리다에 두고 있다.

"주식을 너무 가까이서 보는 것은 좋지 않다"는 존 템플턴의 신조
때문이라고 한다.

< 김용준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