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젊은 날의 추억은 누구에게나 달콤하고 정겹다.

하지만 아무리 아름다운 얘기도 남에게 들려줄 때는 덧칠하거나 각색하기
쉽다.

그런 면에서 "러브스토리"는 꾸미지 않은 얼굴이 가장 아름답다는 진리를
확인시켜주는 영화다.

"영화란 관객에게 보내는 한 통의 연애편지"라며 "일생동안 사랑얘기만
해도 다 못할 것같다"는 배감독.

남의 사랑을 들여다보기만 하던 그가 자신의 속내를 내비친 이 작품은
추억의 이름으로 노래한 연가이자 잘 다듬어진 한편의 서정시같은 영화다.

노총각 노처녀의 평범한 사랑얘기를 초여름 신록처럼 맑고 싱그럽게
담아냈다.

중견감독의 변신이 안정되고 편안하게 느껴져 든든하다.

하성우 감독(배창호)은 인테리어디자이너 김수인(김유미)을 벼룩시장에서
우연히 만난뒤 생전 처음 "가슴 떨리는" 전화를 건다.

밤늦도록 영화얘기로 꽃을 피우던 둘은 버스에서 목로주점을 부르며
서로에게 끌리고 낯익은 풍경의 신촌역과 독수리다방 일영유원지 등으로
"소풍"을 다닌다.

그러나 침대보와 옷장 등을 빈틈없이 정리해야 직성이 풀리는 "예민한
여자" 수인과 "뭐 어떻습니까"를 연발하는 "목석같은 남자" 성우의
데이트가 물흐르듯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다.

남들처럼 갈등과 위기의 순간이 오고 "너무 무딘" 성우에게 실망한 수인은
그의 청혼을 거절한다.

매사에 천하태평이던 성우가 이른 아침 목욕탕에 갔다오는 수인앞에
장미꽃다발을 들고 나타난다.

"100송이입니다. 백번 사과한다는 뜻에서요"

가식없는 연기와 어눌한 유머로 시종 미소짓게 하는 이 영화는 젊은
연인들에게 사랑의 공감대를 넓히고 나이 든 부부에게는 지난 시절을
돌아보게 만든다.

시네마스코프화면으로 일반영화보다 가로비율이 커 시원하다.

(11일 명보 동아 롯데예술 반포 시네월드 개봉예정)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