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시장이 오랜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 91년이후 침체에 빠져있던 중고차판매량이 올 1.4분기 들어 27%
늘어나는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중고차가 가장 많이 팔렸던 91년의 기록을 올해
갱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울시 자동차매매사업조합에 따르면 지난 1.4분기중 서울 7개
시장에서 판매된 중고차는 2만2천9백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천8백87대가 늘었다.

월별로는 지난 1월 7천5백5대로 작년 같은기간보다 33%,2월에는
6천7백77대로 21%,3월에는 8천6백26대로 27% 각각 증가했다.

3월에 거래된 8천6백26대는 월별 판매량으로는 사상 최대치.

종전의 최고기록이었던 지난해 7월의 7천7백51대보다 9백여대나 더
팔렸다.

서울지역 중고차시장은 지난 91년 9만6천2백11대가 거래된이후
작년까지 오랜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중고차시장이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 올들어 활기를 띠는 원인으로는
<>정부의 1가구 2차량 중과세부과 완화조치 <>시장내 소유권 이전등록
창구 개설 <>현대식 중고차매장 등장 <>신차모델 증가등을 들수있다.

정부는 지난해 지방세법시행령을 개정, 고객이 매매허가를 받은 업체에
중고차를 내놓았을 경우 1가구 2차량에 적용하던 중과세를 면제해주고
있다.

때문에 중고차를 팔려는 사람들이 중과세를 면제받기 위해 매매허가
업체에 물건을 내놓고 있다.

"무허가업체를 통하거나 당사자간에 거래돼온 중고차매매가 지방세법
시행령개정이후 허가업체쪽으로 몰리고 있다"(서울시자동차매매사업조합
유성종과장)는 얘기다.

이같은 현상은 중고차시장에서 발급한 매매의뢰 확인서 건수에서 확연히
나타난다.

1가구 2차량보유 중과세면제용으로 서울지역 중고차시장에서 지난
1.4분기 발급한 매매의뢰 확인서는 모두 2천1백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백59% 늘어난 규모다.

장안평 중고차시장의 경우 1.4분기중 총 7백29건에 달하는 매매의뢰
확인서를 발급,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백70%가 늘어났다.

서울지역매매업체들이 시장안에 등록창구를 개설, 소비자의 이용편의를
높인것도 고객유인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시장안에 등록창구가 개설됨으로써 자동차 이전등록과 세금납부 등을
위해 번거롭게 구청을 드나들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서서울매매시장의 경우 지난해 12월 등록창구개설 이후 거래가 급증,
지난달말까지 3천1백22대를 매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9%가 늘어났다.

현대식건물과 대형전시장을 갖춘 중고차시장의 등장도 중고차 시장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중 7백23대를 판매했던 남부자동차시장은 지난해 7월
현대식건물로 이전한 이후 판매량이 급증 하반기에만 1천5백42대를
팔았다.

자동차메이커들의 잇따른 신차개발도 중고차 판매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현대자동차는 "마르샤" "아반테", 기아자동차는 "크레도스"
"아벨라델타"와 승합차 "프레지오", 쌍용자동차는 승합차 "이스타나" 등을
내놓으면서 중고차매물이 시장에 쏟아졌다.

신모델로 바꾸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중고차거래는 자연 활발해지고
있다.

서울지역 매매업자들이 작년말부터 서울 25개 구청의 협조로 매매시장
주변 불법거래단속을 강화 한것도 정상적인 중고차거래 확대의 요인으로
꼽힌다.

성우경삼진상사 사장은 "중고차시장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은 중고차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라며"올해 중고차 거래 폭증은 소비자들이 그만큼
믿고 살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중고차가격에 대한 과학적인 산정기준이 아직까지 마련되어 있지
않은데다 할부판매의 경우 금융사들이 위험부담때문에 선뜻 뛰어들기를
주저하고 있어 중고차시장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중고차매매업체들이 최근들어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수긍할 수 있는
가격산정방법 마련과 할부금융에 힘쓰는 것도 바로 이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