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회의윈이 받는 보수를 흔히 세비라고 한다.

그러나 세비란 "일년동안의 경비"또는 "국회의원에게 그 직무에 대한
보수로서 매년 급여되는 돈"을 가리키는 것이므로 적절한 표현이 못된다.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에 "국회의원의 수당은 매월 20일에
지급한다"고 돼있기 때문이다.

우리 국회의원이 수당을 받는 것은 "국회의원의 직무활동과 품위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실비를 보전하기 위한"(제1조)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국회의원이 직무활동과 품위유지에 얼마나 비용이
드는지 알수 없다.

다만 국회의원이란 국민의 대표이므로 품위유지에 많은 실비가 지출될
것으로 짐작할 뿐이다.

국회의원 세비의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선 가끔 행정부의 장관급이냐
차관급이냐로 논란이 일었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 세비가 차관급이라면 품위유지에 손상이 된다고
생각했던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세비는 인상됐고 보너스까치 합치면 월평균 5백4만원이나 된다
한다.

여기다 의정보고서제작비가 1년에 500만원꼴이고 통신비가 매월 72만원
이라 한다.

우리 의원의 세비와 모든 혜택을 합하면 총액규모로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라니 대단하다.

국회의원의 씀씀이야 천차만별이겠지만 그들은 현 세비로는 어림도 없다니
국회의원 직무활동과 품위유지엔 엄청난 실비가 드는 모양이다.

15대 총선에 당선된 정치인들은 오는 30일에 15대 임기가 시작되면 겨우
이틀만에 5월분 세비 395만원을 받게 된다.

또 29일로 임기가 끝나는 낙선의원들도 한달에서 이틀이 모자라지만
세비 전액을 받게 된다.

"국회의원수당등에 관한 법률"제4조에 그렇게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입법권은 국회에 속해 있으므로 국회의원이 유리한 쪽으로 법률을 제정
하는 것은 있을수 있는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국회의 본래 임무는 국민의 세금부담을 경감시켜주는 일이다.

영국의 "마그나 카르타"가 근대민주정치의 연원이라는 것도 그런 역할
때문이다.

어느 현역의원이 아닌 15대 당선자가 같은 처지인 동료 176명에게 5월분
세비를 받지 말자는 서신을 보냈다 한다.

이 주장에 몇명이나 도조할는 두고 봐야 알일이지만 이 서신에 대해 "너무
튄다"는 반응이 있다고 한다.

준법정신이 철저하다고 이해해야 할까?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