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북부도시 토리노 외곽에 위치한 피아트자동차의 재활용센터
(FARE: Fiat Auto Recycling).

연건평 1만평 규모의 이곳에는 폐기된 자동차들이 나란히 줄지어 분해될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폐차가 분해라인에 들어서면 맨먼저 범퍼가 떼어지고 엔진오일 유리 시트
등이 차례대로 분리 수거된다.

분리된 각각의 부품들은 유리 플라스틱 고무등 재질별로 모아져 새로운
차의 부품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준비과정을 거친다.

FARE는 지난 92년 피아트사가 폐차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설립한 재활용센터.

보통 소비재의 재활용이 비용절감과 환경보호를 목적으로 하지만 피아트사
의 재활용센터는 환경오염방지를 최우선의 목표로 삼고 있다.

"자동차의 경우 소비재와는 달리 부품을 재활용할 경우 그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이 신제품을 사용하는 것보다 배가 넘는다.

따라서 경제적인 이유보다는 순전히 환경보호 차원에서 재활용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는게 FARE의 소장인 살바토레박사의 설명이다.

이 재활용센터의 경영상 최대목표가 손익분기점 유지인 것만 봐도 이러한
취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정부로부터 부과되는 재활용 의무규정도 없다.

그럼에도 피아트사는 적자를 보면서까지 환경보호를 위해 재활용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점이 피아트를 세계 일류자동차메이커로 만든 저력인지도
모른다.

피아트의 재활용과정은 특히 환경오염의 주된 요인으로 꼽히는 고무
플라스틱 유리 등 비철부품에 중점을 두고 있다.

차량 한대에서 비철금속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25%정도.

나머지를 차지하는 금속과는 달리 비철금속부품은 수거나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일례로 범퍼의 경우 차체에서 분리된 뒤 금속성분으로부터 플라스틱 부분을
떼낸 뒤 잘게 분쇄한다.

이를 다시 사출과정을 거쳐 환기통이나 데시보드 등을 생산해 낸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유리는 병으로, 시트의 스펀지는 실내 카펫의 바닥재로
다시 태어난다.

피아트의 재활용센터에서 생산되는 병만 연간 4백20만개에 달한다는 사실은
얼마나 재활용이 잘 되고 있는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현재 FARE의 재활용률은 전체 차량부품의 86%.

나머지는 아직까지 재활용이 불가능한 특수 플라스틱, 금속부품 등이다.

그러나 피아트사는 1백% 재활용을 목표로 아예 제작단계부터 재활용이
가능한 부품을 사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피아트사는 또 폐차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무료로 폐차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이탈리아에만 전국적으로 1백50여개의 무료 폐차수집장을
설치해 두고 있다.

현재 서유럽지역에서 폐기되는 차량은 연간 1천만대.

이탈리아에서만 1백45만대가 폐차된다.

피아트사는 프랑스 르노사, 독일의 BMW, 영국의 로버사와 협력관계를
맺고 서유럽지역에서 폐기되는 피아트의 전차량에 대해 재활용을 실시하고
있다.

피아트사는 여기서 더 나아가 외제차에 대해서도 일정한 재활용기준을
적용, 이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수입을 금지시키는 제도를 이탈리아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피아트를 비롯 유럽자동차업체들의 최근 움직임은 자동차의 재활용시스템이
전세계로 확산될 것이라는 것을 예고하고 있다.

< 정종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