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엘리베이터"

세계 엘리베이터업계가 치열하게 개발경쟁을 벌이고 있는 부문이다.

미국의 오티스, 일본의 미쓰비시, 스위스의 쉰들러등 세계 유수의
엘리베이터제조업체들은 퍼지이론을 적용한 "생각하는 엘리베이터"(일명
퍼지엘리베이터)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퍼지엘리베이터"란 탑승정원과 탑승객신분등을 엘리베이터가 스스로
판단, 최적의 운행방식을 선택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이 부문에서 수위를 달리는 업체는 일본의 미쓰비시.

미쓰비시는 이미 일본 최고의 높이를 자랑하는 빌딩 요코하마 랜드마크빌딩
(79층)에 퍼지이론과 인간의 신경망을 응용한 엘리베이터운행시스템을 설치,
운행중이다.

미쓰비시가 개발한 "퍼지엘리베이터"는 시스템운용자가 건물이용자들의
생활패턴을 사전에 입력, 엘리베이터 이용이 잦은 출.퇴근시간과 식사시간에
운행을 최적화하는 시스템.

세계최대 엘리베이터제조업체인 미국의 오티스사도 선두를 지키기 위한
기술개발에 열을 올리기는 마찬가지.

코네티컷주에 자리잡은 오티스사 개발연구실은 엘리베이터 탑승인원과
도달거리를 논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 시스템을 개발중이다.

이 시스템의 원리는 간단하다.

A와 B 두대의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는 건물을 예로 들자.

빈승강기인 A는 1층에서, B승강기는 8층에서 탑승인원의 정원을 꽉채운채로
동시에 올라가고 있는 중이라고 하자.

이때 10층에는 여러명의 인원이 윗층으로 가기 위해 대기중일 경우 기존
엘리베이터시스템에서는 먼저 도착하게 되는 B승강기가 10층에서 정지하지만
생각하는 엘리베이터인 이 "퍼지시스템"은 만원인 B는 서지 않고 빈
A승강기를 10층에 보낸다.

오티스사의 숨겨논 카드는 또 있다.

이회사는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10대의 "가상 카오스엘리베이터" 실험을
진행중이다.

이회사 연구개발실의 포엘실장은 "카오스엘리베이터는 퍼지알고리즘과
기타 논리체계를 적용한 완벽한 엘리베이터시스템"이라며 "이 시스템의
핵심은 운행속도나 소음 진동상황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체크 탑승객들에게
최적의 운행상태를 제공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한다.

스위스의 쉰들러도 이분야에선 빼놓을수 없는 개발실적을 자랑한다.

쉰들러사는 엘리베이터에 레이더와 전자감응기를 장착해 탑승객의 접근을
파악, 자동으로 정지와 운행이 가능한 "스마트엘리베이터" 시스템개발에
성공했다.

또 이 시스템은 엘리베이터내부에 도달층선택버튼이 없는 대신 승객들이
건물로비에서 원하는 층의 번호를 선택하고 가장 빨리 탈수 있는 승강기
번호를 안내받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현재 쉰들러는 뉴욕과 뉴저지주의 두개 빌딩에서 이 시스템을 이용한
엘리베이터를 시험 운행중이다.

엘리베이터업계 전문가들은 이들보다 휠씬 진전된 형태의 엘리베이터
시스템이 멀지 않아 가능하다고 전망한다.

스캐너를 이용, 탑승원의 신분과 정지층수를 기억해 자동으로 문이 열리는
시스템이 가능하다는 것.

오티스사가 2000년안에 개발완료할 예정인 "순환식 엘리베이터"는 바로
한단계 더 발전된 엘리베이터이다.

이 엘리베이터는 탑승객들을 원하는 사무실과 가정으로 곧바로 이동시킬
수 있다.

또 한 통로를 이용해 수대의 엘리베이터를 운행할 수 있는 방식의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한 엘리베이터운행방식도 곧 현실화될 전망이다.

이와관련, 미쓰비시측은 "기술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없다"며 "다만
문제는 개발예정인 이런 엘리베이터시스템의 시장성 확보"라고 지적한다.

그는 또 "최근 미국건설업이 침체에서 벗어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미국을 위시한 유럽등 선진국의 건설업이 상승세를 탄다면 "퍼지
엘리베이터"시장은 아주 밝다"고 덧붙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