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수제일은행장이 30일 검찰에 전격소환됨에 따라 잠잠하던 금융계가
술렁이고 있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 13명이나 임기중 중도퇴진했지만 현직은행장으로써
검찰에 소환되기는 안영모동화은행장(93년)과 정승재전북은행장(95년)
봉종현장기신용은행장(95년)에 이어 이행장이 네번째여서 금융계에서는
"제2의 금융계 사정"이 시작된게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부에서는 그러나 장학노전청와대제1부속실장의 뇌물수수사건에 연루된
효산그룹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이행장이 엉뚱한 "희생양"이 된 것아니냐며
정치적인 논리로 임기가 남은 은행장을 사법처리하는 것은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행장의 검찰소환사실이 전해지자 제일은행은 우성건설의 제3자인수도
매듭되지 않은 상태인데 어찌된 일이냐며 당황해 하는 분위기.

특이 이행장의 검찰출두가 극비리에 부쳐진 탓인지 대부분 임원들도 이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한 임원은 "그동안 거래업체의 연쇄부도로 어려음을 겪다가 이제 막 수습
단계에 들어섰는데 이행장의 소환으로 어려움이 당분간 더 계속될 것 같다"
며 난감해 하는 표정.

이행장은 이날 오전 평상시와 다름없이 정기이사회를 주재하고 점심약속을
위해 외부에 나간뒤 오후내내 행적이 묘연.

이에따라 금융계에서는 "검찰의 이행장소환설"이 파다하게 퍼졌고 이는
결국 사실로 판명.

이행장은 지난 94년후반부터 각종 루머에 시달려온게 사실.

94년엔 "개인돈을 은행돈과 함께 주식에 투자했다"는 소문이 있었는가 하면
지난해와 올초에는 "커미션을 받아 고급빌라를 사들였다"는 루머가
나돌기도.

특히 지난 2월엔 검찰이 이행장과 관련된 루머에 대해 내사를 벌였으나
사실무근으로 판명됐다고.

이처럼 온갖 구설수에 휘말리다가 끝내 종말이 좋지 않은 것을 두고
금융계에서는 "아니땐 굴뚝에 연기나랴"는 속담이 맞긴 맞다는 반응.

은행감독원관계자는 그러나 "이행장에 대한 검찰내사가 지난2월 완전
종결된 것은 아니었다"고 말해 이행장의 검찰소환을 예상하고 있었던 듯.

<>.이행장을 사법처리로까지 내몰게한 장본인은 지난 94년11월 부도난
효산종합개발.

효산의 장장손회장은 지난달 29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으면서 "서울
리조트 건설자금으로 제일은행으로부터 수백억원을 대출받으면서 이행장에게
커미션으로 수억원을 건넸다"고 진술했다는 것.

효산은 지난 84년 명보건업으로 출발, 주택 콘도건설등을 통해 꾸준히
사세를 키워 왔으나 1천억원대에 가까운 돈을 투자한 서울리조트의 분양이
저조해 지난 94년 부도처리됐다.

서울리조트에 투자된 돈 대부분은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이 대출해 줬으며
이 과정에서 제일은행이 담보이상으로 거액을 지원해 주자 "뭔가 있지
않느냐"는 시각이 금융계에 대두됐었다.

결국 대출과정에 장학노전실장이 개입됐으며 제일은행도 편법으로 대출해준
것이 확인된 셈.

효산그룹 계열사에 대한 은행권총여신은 1천9백22억원으로 이중 제일은행의
채권은 1천1백32억원에 달하고 있다.

<>.이행장이 검찰에 소환돼 사법처리될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금융계에서는
본격적인 금융계 사정이 다시 시작된게 아니냐며 바짝 움츠러들고 있다.

한 관계자는 "문민정부가 출범한 지난 93년 5명의 시중은행장이 사정바람
으로 물러났었다"며 "총선승리로 자신감을 얻은 정부가 다시 대대적인
금융계 사정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