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다큐멘터리는 일반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 어렵다.

"뭔가 유익한 것"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딱딱하고 어려울 것이란 선입견을
갖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전문 케이블TV CTN(채널29)이 지난 2일부터 내보내고 있는
"에퀴녹스 시리즈"(매주화 오후5시, 금 오후6시)는 그러나 그같은 예상과
달리 재미있는 프로그램이다.

무심코 지나치면 아무렇지도 않지만 "왜 그럴까"하고 파고들면 의외로
재미있고 신비스런 또다른 세계의 단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자연현상의 원리와 신비를 파헤친 "일기예보" "번개에 대한 보고", 아직도
인류의 수수께끼로 남아있는 4차원세계를 조명한 "버뮤다 삼각지대",
"인조인간의 시대"등 다루는 주제의 대부분이 평소 과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흥미와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이다.

23일 방영된 프로그램은 "기억의 신비"편.

의학이나 심리학에서 인간의 뇌와 기억의 상관관계가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이 프로그램에서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 몇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과거의 일을 망각하게 마련이지만 특히 서너살
이전의 일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따라서 유아들은 기억력이 없을 것이라는게 대부분의 사람들 생각이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어린아이, 심지어
생후 3개월된 아기도 미력하나마 기억력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 자기 정체성이 싹트기 시작하고 인생에 있어 중요한 결정을 많이
내리게 되는 15~25세 사이에 인간두뇌의 기억활동도 가장 왕성하다는
흥미로운 통계도 내놓았다.

사람의 뇌와 기억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볼수 있는 내용
이었지만 중간중간에 나온 "해마엽"이니 "소뇌편도"등과 같은 전문용어들은
일반시청자들이 소화하기엔 아무래도 난해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 김재창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