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영화나 TV드라마의 한 장면을 소재로 삼은 패러디(Parody)광고가
인기를 끌고있다.

패러디광고란 원작을 풍자하거나 익살스럽게 재구성한것.

원작의 인기에 힘입어 시청자들이 기억하기 쉽고 친근감까지 줄수 있어
유행하고 있다.

태평양은 "영화처럼 사는 여자"라는 캐치프레이즈아래 인기높았던
영화장면을 CF로 재현한 라네즈시리즈를 방영하고 있다.

오드리 햅번이 주연했던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시작으로 "사랑과
영혼" "프렌치키스" "트루 라이즈" "연인" 등 어지간한 영화들은 모두
패러디의 대상에 올랐다.

광고를 제작한 동방기획의 노동호차장은 "라네즈는 트윈케익 파운데이션
등 개별제품들을 하위브랜드로 갖고 있는 일종의 패밀리브랜드로서
장기적인 광고캠페인이 필요하다"며 "전체적으로는 라네즈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여가면서 특정영화마다 특정제품을 강조하는 식의 패러디
시리즈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세콤은 올드팬들에게 인기높았던 "형사 콜롬보"의 명배우 피터 포크를
모델로 등장시켰다.

실제 드라마속의 한 장면을 그대로 옮긴 것은 아니지만 주인공의 독특한
개성을 표현함으로써 친근감나는 광고를 만들었다는 평이다.

아인슈타인을 권투선수로 분장시킨 한국타이어 광고나 영자 히틀러를
등장시킨 한창의 광역삐삐CF도 유명 인물을 풍자한 경우다.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를 연상시키는 동원참치CF나 쉘
실버스타인의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떠올리게 만드는 생명보험협회의
광고는 문학작품을 차용한 사례다.

패러디광고는 재미와 높은 인지도를 함께 줄수 있는 반면 주인공인
제품보다는 원작을 강조해 버리는 위험도 갖고 있다.

실제로 노차장은 "패러디라는 제한된 틀안에서 개별제품을 소개하기엔
어려움이 많다"며 "소재도 많지않고 자칫 잘못 패러디하면 우스꽝스러워지는
등 제작 현장의 고민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카피라이터 신용삼씨는 "패러디기법은 모방과 유사하게 인식되어
제작진이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모방이냐 창조냐의 기준은 원작보다
얼마나 더 재미있고 창의적이냐는 것으로 결국 크리에이터들의 능력에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 이영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