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문 < 한국 M&A 대표 >


보통 M&A라고 하면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경영자들은 옷매무새부터 고쳐
맨다.

곧바로 태도가 굳어진다.

그만큼 기업하는 사람들의 머리속에는 대체로 M&A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들로 가득 차있다.

특히 중소기업들의 경우에는 이러한 경향이 더하다.

정말로 M&A란 두려움의 대상에 불과할까.

이는 M&A가 지닌 본질적인 순기능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사실은
그렇지 않다.

가령 의욕에 찬 한 기업가가 자기의 젊은 시절에 개인사업을 시작했다고
하자.

각고의 노력 끝에 어느덧 중견기업으로까지 올라서게 되었다.

이쯤에서 상상해볼수 있는 기업의 변모란 대략 세가지에 해당한다.

첫째는 대규모의 자본조달과 조직화에 성공하여 버젓이 굴지의 대기업으로
자리잡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례는 매우 희박한게 현실이다.

우선 우리의 경영환경이 외부로부터 성장자금의 조달을 쉽지 않게 할
뿐더러, 중소기업의 범주에서는 인력확보도 만만치가 않다.

이러한 성장의 한계를 거부하다 보면 아주 비근한 두번째 경우를 보게
된다.

바로 대기업과 무리하게 경쟁을 벌이거나 또는 과다한 투자로 인한 자금
고갈로 결국 쓰러지고 마는 중소기업이 그들이다.

세번째로는 근근이 버티기는 하는데 중소기업의 범주에서 창업주가 나이가
들고 마는 경우이다.

2세에게 물려주려 하니 걱정도 되고, 여러가지 이유로 해서 자식들이 경영
을 물려 받지 않으려고 하는 사례도 종종 빚어진다.

결국 대기업으로 발전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중소기업의 창업자가 퇴출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하나다.

갈데까지 가다가 기업과 함께 최후를 맞이하는 일이다.

대기업의 적극적인 공세, 경영환경의 급변, 턱없는 자금부족 등으로
중소기업으로선 자신의 힘만으로는 버티기 힘든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창업자로서는 어찌해야 할지 고민이 더해간다.

바로 여기에 M&A가 기여하는 긍정적인 역할이 있다.

M&A는 이러한 중소기업들에 무난한 퇴출의 기회를 마련해줄 수가 있다.

멀티미디어분야에 뛰어든 한 중견기업의 창업자는 최근에 M&A 주선기관의
도움으로 자신의 지분을 매각하고 대기업과 제휴하는데 성공했다.

이로써 자신은 오랫동안 꿈꿔오던 기술개발과 영업에만 전념할수 있게
되었고, 인수한 대기업은 관리와 재무역할을 분담함으로써 쓰러지는 대신에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러한 M&A의 중개가 없었더라면 어찌될까.

창업주는 기술개발은 고사하고 자금을 구하러 뛰어다니기에 바빴을 것이다.

인수한 대기업으로서는 기술개발에 많은 시간을 허비했을 것이다.

투자비용도 인수가액의 여러배를 웃돌 것이 분명하다.

이같이 M&A는 중소기업의 창업주에 대해 자신의 노력을 보상받을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제공한다.

대기업으로서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면서 업무영역을 확장할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이 된다.

M&A가 먹느냐 먹히느냐의 싸움이라는 사회적인 시각은 고쳐져야 한다.

경쟁쟁탈적인 시각이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고 그런 오해가 팽배해 있다.

쌍방에게 호혜로운 해결책을 찾는 것이 M&A의 본질적인 역할이다.

그래서 M&A는 대부분이 우호적인 속성이 강했다.

공생적 차원의 M&A거래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M&A는 중소기업에 있어 마냥 부정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무한경쟁의 시대에 우리 중소기업의 체질개선을 이루고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하는데 촉매제가 될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