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린치-.

미국의 월스트리트에서는 전설적인 인물로 꼽힌다.

그는 피델리티가 운영하는 세계 최대의 뮤추얼펀드인 마젤란펀드를
엄청나게 성장시킨 주인공이다.

지난 90년 마젤란펀드의 포트폴리오매니저 위치를 떠날 때까지 그는
펀드규모를 200억달러 수준까지 늘려 놓았다.

그가 마젤란펀드의 포트폴리오매니저를 그만둔후 모리스 스미스가 운용을
맡았다.

그러나 스미스는 약 2년동안 펀드운용에 대한 엄청난 심적부담을 느낀
나머지 월스트리트를 떠나 이스라엘로 훌쩍 날아가고 말았다.

그뒤를 이은 마젤란펀드의 포트폴리오매니저는 하바드대 경영학석사
출신인 제프리 비니크.

지난 92년 피델리티사에 5년째 근무하던 그는 약관 33세의 나이로 세계
최대규모의 펀드를 맡게 됐다.

이때 비니크가 피터린치만큼의 운용실적을 내리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이제 그를 "제2의 피터린치"라고 부르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지난해 테크놀로지주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마젤란펀드를 500억달러이상의
규모로 키웠기 때문이다.

그의 명성만큼 보수도 엄청나다.

월급과 보너스를 합친 그의 연봉은 지난 94년에 약700만달러였다.

우리나라 돈으로는 무려 56억원이 넘는 돈이다.

하이테크주 열풍으로 미국증시가 보기드문 호황을 누렸던 지난해에는
그보다 훨씬 많은 연봉을 받았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수 있다.

지난해 미국증시 뿐만아니라 전세계 증시에 불었던 하이테크주 열풍은
바로 그의 작품이었다.

전세계에 파급됐던 하이테크주의 상승세를 지난연말에 잠재운 것도 역시
그였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주식인 삼성전자의 주가가 최근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제프리 비니크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제프리 비니크의 영향력은 세계증시로 파급된다.

급기야 주식시장에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지해 투자자들에게 관련정보를
제공하는 피델리티 정보수집(Watch) 산업이 등장할 정도다.

비니크의 테크놀로지주 매입은 세계의 펀드매니저가 놀랄만큼 과감했다.

지난해 4월말에는 마젤란펀드의 테크놀로지주에 대한 편입비율은 무려
45.6%까지 늘어났던 것이다.

엄청난 주식매집으로 지난해 9월까지 전세계적으로 하이테크주들이 가파른
동반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월스트리트에서는 비니크가 테크놀로지주의 주가
불안정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고 태도를 바꿨다는 풍문이 돌았다.

그 풍문하나만으로도 테크놀로지주의 주가는 하락했다.

11월에 다시 테크놀로지주의 주가는 반등했다.

비니크는 이때의 테크놀로지주 반등세를 매도기회로 삼았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실리콘 그래픽스 LSI로직 사이러스로직 어드밴스트
마이크로 디바이스 쓰리컴등이 비니크의 주요 매도종목이었다.

지난해 11월 한달동안 마젤란펀드의 테크놀로지주 편입비율이 43.2%에서
24.5%로 절반수준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마젤란펀드의 주식편입비율은 95.7%에서 81.7%로 감소했다.

테크놀로지주에 대한 비니크의 팔자 공세는 계속 이어져 지난 1월말에는
편입비율이 5.3%로 뚝 떨어졌다.

그후 메릴린치등 각증권사들에서는 테크놀로지주의 수익전망을 어둡게
보는 보고서들이 잇따랐다.

이 때문에 피델리티사는 주가조작혐의로 법정소송에 휘말렸다.

대외적으로는 주식시장 전망에 대해 긍정적으로 발표해 놓고 내부적으로는
인기주를 대부분 팔아버렸기 때문이다.

피델리티사는 혐의사실을 부정하지만 최근들어서는 미국증권거래위원회
(SEC)가 비니크의 불공정 매매행위에 대해 심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쨋든 지난해 미국증시는 활황이었고 활황의 견인차는 하이테크주였다.

하이테크주를 매집했던 인물은 비니크였고 그는 엄청난 시세차익을 냈다.

80년대후반 피터린치의 전설은 지난해 제프리 비니크로 이어진 것이다.

< 최명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