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은 19일 청와대에서 자민련 김종필 총재와 단독 영수회담을
갖고 한반도정세와 15대총선이후의 여야관계등 정국전반에 걸쳐 의견을
교환했다.

김총재는 이날 오전 11시55분 수행한 이동복 대변인과 함께 승용차편으로
청와대본관 현관에 도착.

김총재는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원종 정무수석의 영접을 받은뒤
이수석의 안내로 본관2층 백악실에 마련된 오찬장으로 이동해 잠시 대기.

김대통령은 예정보다 2분 빠른 11시58분 오찬장에 입장, 김총재와 악수
하며 "김총재 오랜만입니다.

선거 치른다고 고생 많았죠"라며 반갑게 인사했고 김총재는 이에 "예"하며
간단하게 인사.

다음은 청와대 회담이 끝난뒤 마포당사로 돌아와 김총재가 밝힌 회담내용
요지.

<>김총재 =앞으로 대통령의 잔여임기가 1년10개월정도 남았는데 그렇게
길지않은 기간이라 생각됩니다.

잔여임기동안 국민들이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명예롭게 임기를 끝내고 국민들의 존경을 받을수 있는 대통령이
되길 충심으로 바랍니다.

<>김대통령 =나는 어제도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김총재 =동의하실지 모르지만 이번 선거는 여당 프리미엄이 총동원된
것 같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 자민련이 여간 곤욕스러운 선거를 치른 것이
아닙니다.

<>김대통령 =절대로 그런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김총재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은 인쇄물을 마구 뿌리고 상대방과 관계
없는 사람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유인물도 마구 뿌렸습니다.

<>김대통령 =그런일이 있었습니까. 챙겨보겠습니다.

<>김총재 =(김대통령에게 신한국당 후보의 불법 홍보용 책자를 보여주면서)
검찰과 경찰은 이런 것은 손대지않고 이보다 훨씬 못미치는
우리당 후보의 행위에 대해서는 구속을 했습니다.

대통령께서 이를 유념해주시고 선거뒤 마무리를 빨리 끝내
안정속에 대화정치를 할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김대통령 =동감입니다.

국회에서 생산적으로 대화를 통해 여야가 의사를 협의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김총재께서 노력해 주십시오.

<>김총재 =우리당은 창당이래 내각제 구현에 노력해왔습니다.

이미 대통령께서 임기중 개헌을 하지 않겠다고 하셨지만 우리는
가까운 장래에 내각제로 바뀌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김대통령 =알고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60~61년 당시 우리나라 내각제를 상기해보면
나는 당시의 부패상을 직접 목격했기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김총재 =그때에 비해 오늘날은 비교가 안되게 변화했습니다.

내각제는 부패와 연루되는 것이 아닙니다.

저희는 지금 당장 하자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장래에 내각제를
실현해 명실상부한 의회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김대통령 =이해합니다.

<>김총재 =될수 있는대로 정치가 경제에 관여하지 말고 경제는 시장경제
원리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경제인들의 능력발휘에 장애가 되는 법과 규제를 풀어주십시오.

<>김대통령 =지금 그일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각종 규제를 정리해 나가겠습니다.

< 김태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