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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양국 재계인사들이 양국간 민간차원의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제28회 한일.일한민간합동경제위원회가 18일 일본 니이가타시에서 열렸다.

양측에서 각각 1백여명의 기업인이 참석, 무역 산업기술협력 교류증진 등
3개 분과회로 나누어 현안의 주제발표와 토론을 통해 양국 경제현안에 대해
논의하게 된다.

회의 첫날에는 현대자동차 정세영 명예회장(전경련 부회장)이 "동북아
시대의 개막과 한일협력"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기조연설 요지를 간추려 본다.

<< 니가타 = 이봉구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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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한일 양국 기업을 둘러싼 세계 경제환경은 실로 격변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자유무역의 신장을 위해 WTO 체제가 출범했는가 하면 북미자유무역지대의
등장, EU 및 아세안의 결속 강화 등 지역주의도 심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지어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아시아태평양시대 그리고 동북아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태지역 특히 동북아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제성장을 보이고
있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동북아 지역은 21세기 세계경제의 중심이
될 것이 확실하다.

동북아경제라는 큰 테두리 속에서 한일 양국이 공존 공영할수 있는
현명하고도 유일한 선택은 양국의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런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한일 경제교류는 최근 수년간 무역 투자 기술
교류 등 모든 분야에서 활력을 잃는 느낌이다.

그 주된 이유는 일본경기가 부진한데다 엔고로 인해 일본기업 입장에서
중국 및 동남아와의 투자와 교역이 더 유리했기때문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이제는 새로운 시각에서 새로운 사명감으로 양국 경협의 장을
열어나가야 한다.

일본 혼자 힘으로 동북아 나아가 아시아의 경제활력을 유지하고 분업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어렵다.

한국은 역내의 선진국과 개도국간 교량역할을 해낼수 있는 유일한 국가다.

그렇다면 21세기 한일 양국의 경제협력과제는 무엇인가.

우선 동북아 협력구도라는 측면에서 볼 때 양국간 무역수지의 균형이
중요하다.

이와함께 미시적으로는 양국간 수평분업화의 구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양국 산업구조가 충분히 합리화 고도화돼야 한다.

그리고 이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첫째 자국 이익에 급급한 제로-섬 게임의 사고에서 벗어나 플러스-섬
게임적인 인식을 가져야한다.

예컨대 한일간 무역역조는 한국의 산업구조상 문제라고 단순화 시킬수도
있다.

하지만 특정국가에 대한 일방적인 무역흑자확대는 길게 볼때 무역적자국을
궁핍화시키고 흑자국에 대한 경계심을 불러일으켜 양국간 경협에 걸림돌이
될수 밖에 없다.

둘째 산업협력은 정부간의 경협과 달리 그 주체가 기업이어야 한다.

정부는 원칙을 천명하고 민간의 활동을 활성화시키는 분위기 조성역할만
해야한다.

세째 양국 기업인의 만남이 과거처럼 소모적이고 탁상공론식 협력방안을
교환하고 헤어지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이제부터는 작지만 구체적이고 실천가능한 방안을 하나씩 진지하게
논의하고 풀어나가야 하겠다.

이런 조건이 이루어지면 양국간 경협을 한단계 높이기 위해 우선 한국은
산업구조 조정노력을 바탕으로 대일무역역조를 시정해야 한다.

그 방법은 일본으로부터 수입을 억제하는데 역점을 둘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일수출을 확대시키는 노력, 즉 확대균형에서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일본은 국내시장의 폐쇄성이 무역불균형의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각종 비관세장벽 같은 보이지 않는 폐쇄성을 해소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이런 노력이 뒷받침되면 한일 두나라는 과거의 일방적 의존관계에서
벗어나 선의의 경쟁을 바탕으로 하는 호혜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할수 있다.

21세기에 이런 상호호혜적인 관계를 이루는 관건은 바로 양국 경제인들의
노력이다.

이와관련 바람직한 양국경제의들간의 협력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째 극심한 무역불균형 해소를 위해 일본기업은 자발적으로 한국기업에게
기술을 이전하는 전향적인 자세를 가져주기 바란다.

한국이 번영할수록 일본에게는 좋은 고객이 될 것이다.

둘째 동북아시대를 기업인이 앞장서서 이끌기 위해서는 중국 기업인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

한국 일본 중국 기업인이 머리를 맞대고 동북아 경제발전에 기여할 모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세째 한일양국기업은 상호보완적인 요소가 많다.

양국기업이 합심해서 미개척지인 동북아 북방지역의 경제발전을 위해
공동노력하자.

네째 양국기업이 상대방국가에서 영업활동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가 실질적으로 완화돼야 한다.

양국 기업인은 각국 정부가 동북아 경제번영에 앞장서는 기업인을 도울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

다섯째 이같은 협력과제가 성과를 거두려면 상당한 시간이 흘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를 수행하기 위해 양국의 젊은 기업인들끼리 상호교류할수 있는
모임을 가질 것을 제안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