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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피니언] 시장경제 원활하려면 제도적 여건 튼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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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봉성 < KDI 연구조정실장 >

    또 한차례 선거를 치렀다.

    결과에 대한 해서기야 분분하지만, 이번에 뽑힌 선량들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는데 큰 이의가 없을 것이다.

    온 국민의 바램을 모으고 다듬어서 우리나라의 21세기를 준비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21세기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 올 것인가?

    우리의 추구해야 할 비젼은 어떤 것이며,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전략은
    무엇인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범국민적 논의를 새로운 정치지도자들이 주도하고
    최대한의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나가야 한다.

    그리해야만 21세기에 명실공히 세계 일류국가가 될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안팎으로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밖에서는 국경없는 경제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안에선
    만불소득시대를 맞아 우리의 생활양식과 경제행위, 심지어 가체체계까지도
    크게 바뀌고 있다.

    돌연변이처럼 기묘한 행동과 사고방식을 보여 주던 신세대와 X세대...

    이젠 그들조차 그리 거북하지 않게 된 것은 우리 모두가 세대식으로 변해
    왔기 때문이 아닐까.

    일년에 2~3%경제성장을 하는 대부분의 선진국에선 소득이 2배가 되려면
    25~35년이 걸린다.

    이에 비해 우리는 신세대논의가 대두된 지난 10년간만 해도 선진국이
    한 세대가 지나야 이룰수 있을 소득증대를 겪었던 것이다.

    소득의 급증에 따른 사고방식과 행동, 그리고 가치체계의 변화.

    특히 땀을 흘리기 보다 안락함을 추구하고 자기희생보다 이기를 앞세우고
    불확실한 개혁보다 현실에 안주하려는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경제적 활력을 유지하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느냐는 것이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다.

    다시 말해서 적절한 수준의 경제성장을 지속하면서 삶의 질도 높이고
    경제성장의 혜택이 골고루 나누어지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는 매우 어려운 과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에겐 다른 나라가 가지지 못한 강점도 꽤있다.

    저축도 투자의욕은 세계적으로도 최고 수준이고반도체 조선 철강 자동차등
    일류수준의 제조업 기반을 갖추고 있으며 활기차게 일할수 있는 청.장년층이
    두터운 비교적 젊은 인구구조도 갖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같은 강점을 잘 활용하여 세계일류국가로 부상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그 전략을 추진해 나갈 정부와 정치엘리트의 리더쉽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80년대 초반 미국의 레이건대통령과 영국의 대처총리가 신보수주의의
    기치하에서 작은 정부를 주창한 이후 세계각국이 앞을 다투어서 정부의
    조직과 역할을 줄이고 공공서비스를 개선해 왔다.

    작은 정부라고해서 무기력한 방관자가 되라는 것은 아니다.

    민간활동에 대한 불필요한 간섭이나 규제를 없앰으로써 얻을수 있는 정부의
    여유 자원을 필요로 하는 곳은 얼마든지 있다.

    장기적으로 커다란 혜택을 가져올수 있으나 개인이나 기업차원에서
    수행하기가 어려운 사업이 무수히 많다.

    또 국가의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그에 걸맞는 경제사회적 제도와 가치체계를
    구축해 나가는데 있어서도 정부의 선도자적 역할이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의 정부의 역할은 그동안 간과되어 온 감이 있다.

    우리가 지향하고 있는 자유시장경제체제가 잘 작동이 되어 경제가 효율적
    으로 운영이 되려면 이에 필요한 경제사회적 분위기와 제도적 여건이
    잘 구비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패자가 경쟁의 결과를 그대로
    승복할때 경쟁을 바탕으로 한 시장경제원리가 비로소 그 효력을 발휘할수
    있다.

    그런데 경쟁의 규칙이 투명하지 못하거나 승자가 극단적으로 이기적인
    행태만을 보인다면 패자의 승복을 기대할 수가 없다.

    자유시장경제의 선구자로 알려진 아담 스미스도 일찌기 이러한 제도적
    여건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국부론" 이전에 쓴 "도덕감정론"에서 그는 적절한 사회적 가치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아가서 국가가 그러한 도덕적 틀을 지탱할수
    있는 힘을 지닐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오늘날 우리는 자유경쟁만을 전능한 것으로 간주한채 그것이 뿌리내릴수
    있는 사회 문화적 토양을 너무 경시하고 있는게 아닐까.

    이런 관점에서 싱가폴의 정부가 흥미있는 사례라 생각된다.

    민간부문에서 문제가 제기되길 기다리지 않고 사회기간시설 정보통신망
    구축 기술인력개발등 국가발전을 위해 필요한 부문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
    하고 그것도 효율적인 기업운영방식에 의해서 추진해 왔던 것이다.

    그리하여 지난 반세기내에 조그마한 갯마을에서 세계의 중심적 도시국가로
    발전했던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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