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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시론] 소득분배 통계의 허실 .. 안국신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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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국신 < 중앙대 교수/경제학 >

    최근에 통계청은 우리나라 소득분배의 지니계수가 1993년 현재 0.3097
    이라고 발표했다.

    지니계수는 값이 낮을수록 분배상태가 좋은 것을 나타낸다.

    1980년대의 국제통계에 따르면 소득분배가 가장 나쁜 브라질의 지니계수가
    0.533이고 동구권을 빼고 볼때 가장 좋은 일본의 지니계수는 0.288이다.

    따라서 지니계수가 0.310이라면 이는 웬만한 서구선진국보다 소득분배가
    양호한 수준으로서 우리나라를 "분배선진국", "분배모범국"으로 자랑할만한
    숫자이다.

    과연 그럴까.

    소득분배에 관한 공식총계가 태국, 필리핀 같은 후발국들까지 일찍이
    1960년대부터 있는데 우리나라는 없다는 불명예를 씻기 위해 통계청
    (예전에는 경제기획원 조사통계국)이 소득분배 추계를 시작한 것은
    1980년이다.

    지금까지 1980, 1985, 1988, 1993년의 4개년도에 대해 소득분배를 추계하여
    공표해 왔다.

    지니계수는 1980년의 0.389에서 1993년의 0.310까지 지속적으로 감소
    하였다.

    14년 기간중 거의 0.1이나 지니계수가 떨어졌다는 것은 괄목할 만한
    소득분배 개선으로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정말 괄목할 정도로 소득분배가 꾸준히 개선되어 왔는가.

    통계청은 전국의 1만7,000여 가구를 대상으로 소득분배를 추계하여 1988년
    지니계수가 0.336이라고 공표했다.

    그런데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수팀이 전국의 5,100가구를 대상으로
    추계하여 얻은 1988년 지니계수는 0.404이다.

    미국의 아델만(I.Adelman) 교수같은 우리나라 소득분배를 연구하는
    외국학자들은 양자를 같이 소개하면서 KDI팀의 추계치가 표본가구가 훨씬
    작은데도 불구하고 소득분배 실상에 가까울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필자가 소득분배 관련자료를 이용하여 추계해 본 결과에 의하면 KDI팀의
    추계치와 같게 나온다.

    그리고 통계청 통계가 시사하는 바와 같이 80년대이후 우리나라 소득분배가
    꾸준히 개선되어 온 것이 아니라 80년대말에 현저히 악화되어 89년과 90년에
    소득분배상태가 가장 나빴던 것으로 나타난다.

    90년대 들어 와서야 서서히 개선되고 있지만 93년 현재 지니계수는 적어도
    0.380 수준인 것으로 추계된다.

    0.310과 0.380-단순한 숫자로는 그게 그거지만 지니 계수로는 엄청난
    이 차이를 밝히는 진지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통계청 조사는 다른 어느 조사에 비할수 없이 표본가구가 앞도적으로 많고
    전문 조사요원들이 효율적으로 가구조사와 추계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계청은 소득분배 추계를 자의적으로 고친 "원죄"를
    일찍이 저질렀다는 점에서 최종적인 추계결과의 신빙성과 공신력에 의문이
    간다.

    통계청이 최초로 추계한 80년 지니계수 0.389는 당시 소득분배 실상에
    근사한 값이었다.

    문제는 85년 지니계수 0.345이다.

    처음에 통계청은 85년 지니계수를 0.363으로 추계 공표했다.

    그러다 나중에 표본가구에서 단독가구를 빼고 다시 추계하여 0.345로
    수정했다.

    이렇게 수정추계할 바에는 80년 지니 계수도 같은 기준으로 수정 추계해야
    할 터인데 그건 또 그렇지 않았다.

    왜 이렇게 추계상의 일관성도 팽개친 채 85년 추계치만을 하향조정해야
    했는가.

    필자의 추측으로는 통계청이 우리나라 소득분배 연구의 최고 권위자인
    주학중 박사의 연구결과와 부합되는 추계치를 얻어야 한다는 강박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85년 통계의 "맛사지"가 일어난 것이 아닌가 한다.

    주박사는 1982년의 지니계수가 0.357이고 우리나라 소득분배는 1970년대
    중반에 악화되었으나 후반부터는 개선되는 추세에 있다고 1984년에 발표
    하였다.

    85년 지니계수가 0.363이라면 이 주박사의 연구결과와 상치된다.

    따라서 추계기준을 바꾸어 가면서라도 85년 지니계수를 82년의 0.357보다
    낮게 수정추계한 것이 아니겠는가?

    주박사의 82년 지니계수가 0.380이었다면 일관성없는 수정추계는 없었을
    것이라고 감히 논단해 볼수 있다.

    그후부터는 통계청이 1988년 지니계수를 추계할 때 주박사가 추계란 86년
    지니계수 0.337보다 작게,1993년 지니계수의 경우에는 주박사가 추계란
    90년의 0.323보다 작게 추계되어야 한다는 제약을 은연중 스스로에게 부과한
    것이 아닌가 싶다.

    대우경제연구소는 전국의 3,600가구를 표본으로 삼아 1993년 지니계수를
    0.37대로 추계했다.

    통계청이 93년의 참 지니계수가 0.31대가 아니라 0.37대라고 믿었다면
    0.37대의 지니계수를 만들어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1985년 수정추계에서 드러난 것처럼 단독가구를 표본에 포함시키면
    지니계수가 0.02정도 높아진다.

    이어 표본확정과정에서 "이상치"라고 버린 표본을, 버리는 기준을 강화하여
    일부 복원해낸다.

    그리고 사업자가구는 근로자가구보다 더 소득을 과소보고하는 경향이
    있음을 감안하여 한번 더 면접 조사시키면서 꼼꼼히 챙긴다.

    우리나라 소득분배는 아주 양호한데 우리 국민의 지나친 평등주의의식
    때문에 체감분배가 나쁜 것 뿐이라는 기존 해석은 넌센스이다.

    소득분배사태가 실제로 나쁘니까 영원한 우리 국민의 체감분배가 나쁜 것
    뿐이다.

    부실통계는 부실공사 못지 않게 위험하다.

    분배통계에 문제가 많은 것은 우리 나라만의 일은 아니지만 지수분배와
    체감분배간에 우리나라처럼 괴리가 큰 나라는 없다.

    통계청은 외국학자마저 반신반의하는 부실통계에 집착하지 말고 문민정부의
    "역사바로잡기"에 동참해야 한다.

    아울러 부분배와 지역별 분배도 추계하고 모든 분배통계를 흔연히 공개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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