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제한구역(일명 그린벨트)은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고 도시
주변의 자연환경을 보전한다는 목적으로 지난 71년7월 수도권일원의 1차를
시발로 77년까지 8차에 걸쳐 지정되었다.

그러나 20여년이 지난 지금 개발제한구역정책은 당초의 지정목적을 실현
하지 못하고 심각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함은 물론 정책집행초기부터 안고
있던 근본적인 결함인 개인의 재산권박탈을 계속하고 있다.

개발제한구역제도는 가장 중요한 목적인 수도권및 대도시 인구집중억제에도
실패했으며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을 방지한다는 본래 의도와는 거리가 먼
공간구조의 왜곡을 초래했다.

즉 개발제한구역을 뛰어넘어 도시가 팽창하는 비지적 개발이 진행됨으로써
수도권이 광역화 비대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환경보전측면에서 나타난 심각한 문제는 개발가치가 큰 땅이 단지
개발제한구역이라는 이름하에 개발이 20여년동안 전면적으로 제한되고 있는
반면 막상 보전되어야할 녹지와 농지는 개발제한구역이 아니라는 구실로
대단위 택지등으로 전용되고 있다.

3분의2가 산지이고 가용면적은 4.3%에 불과한 국토에서 이러한 규제중심의
토지정책은 소득수준에 비해 대단히 높은 지가와 그 결과로 빚어진 주택
가격 상승, 부의 분배악화, 국토의 균형개발 저해, 산업의 경쟁력 약화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등 대도시의 택지와 공단의 지가는 소득과 경제발전단계로 볼때 세계
어느나라와 비교해도 지나치게 높다.

그러나 개발제한구역제도가 안고 있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점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시절에 만들어진 이 제도가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제한
의 한계를 넘고 있다는 것이다.

희생당하는 개발제한구역주민에게 각종 규제는 기본권의 박탈이다.

개발제한구역내에 살고 있던 많은 주민들은 각종 편의시설부족과 전면적인
규제로 인하여 그들의 재산을 사용하지 못하고 이미 이주하였고 남아있는
주민들은 자기 땅에 살면서도 국가로부터 엄격히 감시받고 있으며 현재도
선량한 범법자가 양산되고 있다.

행정당국은 여전히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고 자연환경을 보전하여
도시민의 건전한 생활환경을 확보하기 위하여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주장
하고 있으나 어째서 개발제한구역의 주민들만 희생시켜서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고 도시민의 건전한 생활환경을 확보해야 한다는 말인가.

개발제한구역은 그 제도의 필요성도 이미 상당부분 시대적 의미를 상실
하였으며 더구나 지역주민의 일방적 희생위에 유지되고 있어 민주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결코 수용될수 없는 제도이다.

자신의 땅이라면 이제는 일조권까지 주장하는 식자들이 엄연히 주인이
있는 개발제한구역을 온국민의 것이라는 공산주의식 논리를 펴면서 사실상
피해주민들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현상을 보면서 우리사회가 문민정부가
지배하는 진정한 민주주의사회인지를 의삼하지 않을수 없게 된다.

최성수 < 한국경제연 선임연구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