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혼다의 합병설"과 "빅3로의 구조재편설".

일본 자동차업계에 메이커간 흡수합병설이 꼬리를 물고 있다.

자동차업체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져 생존을 위해서는 흡수합병을 통해
규모를 대형화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으로 흡수합병설은 포드의
마쓰다 인수이후 더욱 확인되는 추세다.

예컨대 미쓰비시는 자금력은 풍부하나 기술에서 다소 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업체.

반면 혼다는 "기술의 혼다"로 일컬어질 만큼 기술력은 뛰어나나 자금력이
약하다.

따라서 양사가 함께 살수있는 길은 서로 합치는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게
합병설의 근거다.

게다가 미쓰비시는 계열은행등을 통해 이미 혼다주식의 57%를 확보하고
있다.

"구조재편설"도 같은 맥락에서 출발한다.

현재 일본에는 11개 자동차업체가 난립해 있다.

내수시장의 규모등을 감안할때 경쟁이 치열할수밖에 없다.

규모의 대형화를 이루지 못하면 미국의 "빅3"와 맞서는게 불가능하다.

구조재편설은 일본 자동차업계의 생존을 위한 이같은 당위론에 근거한
것으로 도요타 닛산 미쓰비시등 3개사를 축으로 나머지업체들이 헤쳐모여
할 것이란 얘기로 요약된다.

미국에 대한 일본 자동차업체들의 "대공습"이 경제뉴스의 톱을 장식했던
80년대말과는 판이한 양상이다.

그만큼 세계자동차산업의 환경과 판도가 바뀌었다는 얘기다.

"앞으로 경쟁에서 이기기위해서는 차세대 자동차인 전기자동차의 개발등에
밀리지 않아야 하는데 여기에는 엄청난 투자비가 소요된다.

자금력과 기술을 겸비하지 못한 업체는 살아남을 수 없다.

흡수합병설이 세계적으로 꼬리를 무는 것도 이 때문이다"(현대자동차
산업분석팀)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2000년에는 세계 10대 자동차메이커만 살아남는다"는
말이 자동차업계의 정설로 통하는 것이나 자사가 "톱10"전략을 펴고 있는
것도 이같은 환경변화를 배경으로 한다고 설명한다.

세계 거대 메이커들은 갈수록 외형을 더욱 확장하려 들고 군소업체들은
풀라인 체제를 갖춘 거대 그룹의 하청업체로 전락할수 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주요 메이커들은 군소업체를 흡수하는 외에 전략적 제휴를 통한 "합종연형"
을 모색하고 있다.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업체들이 하나의 군을 이뤄 살아남고 이 "강자대열"
에 끼지 못하는 업체는 도태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세계 자동차업체간 제휴는 크게 "삼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도요타 GM 폴크스바겐 스즈키 등이 자본및 기술제휴로 하나의 군을 이루고
있고 닛산 포드 마쓰다 재규어등이 또다른 한 군을, 미쓰비시 벤츠
크라이슬러 등이 나머지 군을 형성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전략적 제휴는 과거에는 기술제휴나 합작투자가 주류를 이뤄왔으나 최근
에는 제휴 당사자들이 경영상의 독립성을 지키면서 특정 분야에 대해서만
일시적으로 손을 잡는쪽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스위스에서 열린 제네바국제모터쇼에서도 이는 그대로 확인됐다.

자동차업체간 공동개발한 "합작품"의 증가가 두드러진 현상으로 나타난 것.

프랑스 시트로앵사가 출품한 "삭소(SAXO)"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삭소는 이 회사가 만든 차지만 플랫홈 생산라인은 푸조사의 "106"모델과
같은 라인을 사용한다.

플랫홈 뿐만이 아니다.

삭소는 휠베이스와 엔진틀 기어박스까지 푸조의 "106"과 같은 것을 사용
한다.

디자인도 비슷하다.

국내 업체들도 세계자동차 산업을 이끄는 삼각축에는 선을 대고 있다.

현대가 미쓰비시와 자본및 기술제휴를 맺고 있고, 기아는 포드와 마쓰다,
대우는 혼다 이쓰즈 등과 자본참여및 기술제휴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부문별 제휴는 아직 해본 적이 없다.

따라서 국내 자동차업체들이 2000년대에도 경쟁력 있는 업체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톱 10"에 낄 수 있을 정도로 규모의 대형화를 이룸과 동시에
부분제휴를 통한 세계 상위메이커들과 연대도 구축해야 할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세계 자동차업계의 합병과 제휴 바람은 갈수록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그 방향은 "세계 10대메이커로의 부상"에 맞춰져 있다.

< 정종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