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에 치어 사람이 살수가 없다"

가난한 후진국의 얘기가 아니다.

미국 동부 노스캐롤라이나주가 "돼지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돼지문제는 양돈업이 번창하자 사람들의 거주환경이
"돼지우리"처럼 바뀌고 있는데서 시작됐다.

이 주의 돼지사육수는 현재 8백50만마리.

지난 90년말의 2백80만마리와 비교하면 5년여만에 3배로 늘어난 셈이다.

이에따라 노스캐롤라이나는 돼지수가 인구(7백20만명)보다 훨씬 많은
주가 됐다.

엄청난 돼지들이 쏟아 내는 분뇨가 연간 45억 에 달하는데 돼지 똥 오줌이
알게 모르게 강으로 흘러들어가 환경파괴의 주범이 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교외지역 주민들은 하천 환경파괴이전에 당장 악취로
호흡이 곤란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 가정주부는 돼지악취가 너무 심해 집안에서 식사를 제대로 못하고
도시 레스토랑으로 자녀들을 끌고 "피난 외식"을 가야할 처지가 됐다고
흥분할 정도다.

시민단체들이 자동차에 "돼지의 천국, 인간의 지옥 노스캐롤라이나"라는
스티커를 만들어 배포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해졌다.

여론이 험악해지자 주지사는 최근 양돈업으로 인한 환경파괴상황을 조사할
특별 위원회의 구성을 지시, "돼지문제"가 노스캐롤라이나의 정치쟁점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주의원들이 축산농가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노스캐롤라이나
의 정치구도를 고려할때 특별 위원회 활동에 크게 기대할 것이 없다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현지의 한 증권사는 "친돼지성향의 주의회"가 있는 한 노스캐롤라이나는
돼지고기 가공공장의 최적지라는 산업분석보고서를 작성, 이 동부주 여론을
더 들끓게 하고 있다.

사람과 돼지가 잘 어울려 살 수 있는 노스캘로라이나 건설이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지 궁금하다.

< 양홍모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