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저녁 서울 동숭도 동숭아트센터에서 열린 "만정 김소희 1주기
추모 국악대공연"은 고인이 전통예술계에 미친 영향과 위치를 실감케 한
자리였다.

한국경제신문사가 주최하고 김소희선생 기념사업회와 문화행동이
주관한 이번 추모행사에는 유민영 예술의전당 이사장 이종덕 예술의전당
사장 신영균 예총회장 이성림 한국국악협회 이사장 시인 서정주 명창
박동진씨 등 문화예술계 인사와 장치혁 고합그룹회장 등 재계인사,
주한 외교사절 등 각계 인사 600여명이 참석, 대성황을 이뤘다.

이날 행사는 추모식과 추모공연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추모식에서는 미당 서정주 시인이 김선생 생전에 바쳤던 헌시 "가인
김소희 송시"를 직접 낭독, 장내 분위기를 숙연케 만들었다.

1부와 2부로 나뉘어 열린 추모공연 1부에서 고인의 딸 박윤초씨는
판소리 "춘향가"중 "갈까부다"를 김청만씨의 북에 맞춰 열창, 우렁찬
박수를 받았다.

박씨의 창에 이어 무대에서는 "심청가"중 "범피중류"를 고인의 육성으로
들려줘 김선생의 소리를 흠모하던 이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김영재씨가 추모곡으로 연주한 해금독주 "비"는 애닮픈 가락으로 듣는
이들의 코끝을 아리게 만들었고, 신영희 박윤초 이명희 안숙선씨 등
제자들의 입체창 "춘향모어사상봉"은 보기 드문 국내 판소리스타들의
합동무대로 장내를 압도했다.

2부 첫 순서로는 고인이 설립한 서울 국악예술고등학교 학생들의
판소리 "흥보가 저 아전 거동을 보아라"가 마련됐다.

국악예고 학생들의 아직 덜 다듬어졌으되 풋풋한 목소리는 장내를
봄기운으로 가득차게 했다.

이어 황병기 교수가 가야금독주 "남도환상곡"을 연주했고,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인 이매방 선생이 나와 살풀이 한판으로 고인의 영혼을
위로했다.

이날 공연은 신영희 안숙선 이명희 유수정 김차영 오정해 박계향씨 등
출연제자 전원의 창과 따라 박윤초씨의 춤이 어우러진 "상주아리랑"과
"만정가"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