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통신사업진입 자욱화조치가 발표된 이래 9개월 넘게 재계를
뒤흔들어 놓은 통신대전이 마침내 예비단계를 거쳐 마지막 초읽기에
들어갔다.

어제부터 시작된 사업계획서 제출이 내일 모두 마감되면 2개월여의
심사기간을 거쳐 6월말까지는 사업자선정이 끝나게 돼있어 본격적인
선정작업은 이제부터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셈이다.

개인휴대통신(PCS)등 모두 7개 통신서비스분야에서 총 30여개 업체에
사업권에 주어지게 될 이번 사업자 선정경쟁에는 어림잡아 1만8,000여개
기업이 뛰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단군이래 최대의 이권경쟁"으로 불리는 것도 과장이 아닌성 싶다.

우리는 곧이어 시작될 정보통신부의 심사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해야 함을
다시한번 강조하면서 정부와 업계에 몇가지 당부를 곁들이고자 한다.

첫째 기술력 경영력 면에서 우리 정보통신관련산업의 세계화에 기여할
역량을 갖춘 기업을 골라야 한다.

통신사업은 궁극적으로 협소한 국내시장보다는 해외시장을 겨냥해야
한다고 볼때 빠른시일내에 국제경쟁력을 갖출수 있는 기업을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중소기업육성을 중요한 평가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특히 소프트웨어나 부품쪽의 중소기업이 탄탄해야 통신서비스도 경쟁력을
가질수 있다.

단순히 컨소시엄에 몇개의 중소기업이 참여하고 있느냐가 아니라 중소기업
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사회적 공익성에 관련된 사항을 평가하기로 한 것은 기업의 도덕성을
따지는 세계적 추세로 볼 때 적절한 결정이라고 판단된다.

다만 그 도덕성이 선언적 의미와 애매모호한 기준에 의해 평가돼서는
안된다.

넷째 이번 통신"전쟁"이 외국기업의 "잔치"로 끝나게 하지 않으려면
심사과정에서부터 외국의 입김을 배제하려는 단호한 자세가 요구된다.

일부의 우려대로 사업권이 결정된 후에도 장비조달및 본격적인 사업마저
외국업체들의 몫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애써 남좋은 일만 하는 꼴이 된다.

마지막으로 업계에 당부하고자 한다.

이제 기업이 할수 있는 일은 사실상 끝났다.

그동안 사업계획서 작성에 충실했다면 이젠 조용히 심사과정을 지켜봐야
할 일이다.

심사기간동안 공연히 물밑 로비다, 홍보전이다 하여 정부와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일은 삼가는 것이 좋다.

사업자선정을 둘러싼 지금까지의 예비경쟁에서 우리사회가 지출한
비용만으로도 충분하다.

지난 94년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우리는 통신사업자 선정의
어려움을 익히 경험한 바 있다.

단 하나의 사업자를 선정하는데도 사업권 자진반납 해프닝과 전경련의
중재를 거쳐야 할 정도로 진통을 겪었던 전례로 보아 30여개 사업자를
선정해야 하는 이번 경우는 그 고충이 헤아리기에 얼마나 클지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도 공정경쟁을 통해 적격업체를 선정한다는 기본원칙을 생각할때
확고한 선정 룰을 적용하는 일이 중요하다.

선정후에 있게 마련인 무성한 뒷말을 잠재우기 위해서도 심사과정의
객관성 확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