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을 만나면 순식간에 서로를 파괴하는 동시에 사라지며 다만 에너지로
변하는 반물질이 과연 존재할까.

일부 물리학자들은 "그렇다"고 답한다.

물질을 구성하는 모든 입자는 반입자를 갖고 있듯이 입자로 구성된 물질이
있으면 반입자만으로 구성된 반물질이 반드시 존재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
이다.

근착 디스커버지는 중국인 물리학자 사무엘 팅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반물질 탐사작업을 소개해 관심을 끌고 있다.

사무엘 팅은 76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반물질은 실재하는 물질을 구성하고 있는 전자 양성자 중성자와 질량등
물리량은 같으나 전하나 자기성질이 정반대인 반전자 반양성자 반중성자로
이루어진 물질.

반물질의 존재는 아무것도 없는 무의 순수 에너지상태에서 대폭발(빅뱅)로
우주가 출현했다는 이론에서 출발한다.

무에서 우주란 물질이 생성됐다면 이에 상응하는 반물질이 있을 것이란
얘기다.(전자와 양전자가 만나면 폭발하면서 광자가 생기고 반대로 두개의
광자가 충돌하면 한쌍의 전자 양전자가 생기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물질로 이루어진 세계와는 전혀 다른 반물질 세계의 존재 가능성은 이미
지난 32년 칼 앤더슨이 양전자(포지트론)를 발견하면서 논의돼 왔다.

그러나 1억광년 이내의 지구근처에 반물질은 없다.

만약 가까이 있다면 지구상의 모든 것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막대한 양의
빛에너지만이 남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팅은 그러나 2백만개 이상의 초은하계로 구성된 우주 어딘가에는 반물질
세계가 존재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또다른 50%의 우주에 대한 믿음이다.

팅은 그 실마리를 지구까지 도달하는 우주선(우주에서 쏟아지는 높은
에너지의 미립자와 그 방사선의 총칭)에서 찾으려 하고 있다.

많게는 1백만개중하나꼴로 찾아오는 1억광년 밖의 우주선속에서 반물질이
하나라도 발견된다면 반물질 세계의 존재를 입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팅은 우주선 속의 반물질을 잡아내기 위해 우주공간에 "알파 자석 분광계"
(AMS)라는 영구자석을 띄워 올린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직경과 높이가 1m 정도인 이 원통형 자석의 양단에는 신틸레이터(방사선이
충돌하여 발광하는 물질)가, 그리고 통 중앙에는 6개의 평판형 실리콘센서가
부착돼 있다.

이 원통형 자석 속으로 우주선이 통과하면 신틸레이터는 입자의 속도와
에너지를 측정하게 된다.

신틸레이터를 통과한 입자는 6개의 평판 실리콘센서를 관통하면서 궤적을
남기는데 이때 센서와 평행하게 흐르는 자장의 영향으로 입자의 진행방향이
휘게 된다.

이 휘는 정도에 따라 입자의 무게를 알 수 있으며 휘는 방향으로 그 입자가
양전하를 띠고 있는지 또는 음전하를 띠고 있는지, 즉 물질인지 반물질인지
를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팅은 특히 마이너스 6의 전하를 띠고 있는 반탄소 발견을 기대하고 있다.

반탄소는 별에서 일어나는 수소핵융합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반물질
별의 존재를 입증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팅은 이 자석을 오는 98년 우주왕복선에 실어보내 실험할 계획이며 2001년
이후 3년간 국제우주정거장 알파호에 부착해 실험을 지속한다는 구상이다.

미 에너지부와 우주항공국(NASA)도 총 2천만달러가 소요될 팅의 이실험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물론 팅의 이같은 실험계획을 비웃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우주발생초기 물질과 반물질은 모두 상쇄돼 버렸으며 10억개중
하나꼴로 많았던 물질이 우주를 형성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팅은 "이제까지 아무도 반물질로 된 성운이나 별을 본 사람이
없지만 그것으로 반물질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결코 없다"고
말한다.

< 김재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