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홍 <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요즘 신문지상이나 방송을 통해 "만성피로증후군"이란 어려운 의학용어를
가끔 접할수 있다.

이름만 보면 이병이 마치 만성적으로 피로를 느끼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것같다.

그러나 이병은 생각보다 상당히 심각한 질병이다.

우선 이병은 대부분의 사람이 느끼는 피로가 아닌 평상생활의 절반가량이
곤란할 정도의 피로로 그것도 6개월 이상이나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게다가 인후 근육 관절등이 아프고 열이 나고 임파선이 붓고 수면장애가
오는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

두통과 함께 우울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만성피로증후군은 25~45세의 연령에서 잘 발생하고 여자가 남자보다 두배
정도 많이 걸린다고 하며 미국의 경우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의 5%정도가
이병때문이라고 한다.

이 증후군의 원인은 미상이며 바이러스때문에 생긴다는 학설이 우세하다.

국내 의약품 판매량순위를 살펴보면 10위권내의 상당수 제품이 소위
"피로회복제"라는 자양강장 드링크다.

이처럼 피로회복제의 수요가 많은 것은 외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현상으로
우리나라 사람이 피로회복의 수단으로 약물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이들 약의 효과유무를 떠나 과로에 의한 피로를 적절한 휴식이 아닌 약물로
해결한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볼때 바람직하지 않다.

개인마다 피로를 초래하는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피로를 느끼는 사람에게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권하고 싶다.

첫째 피로가 최소한 2~3일 지속돼 일상생활이 어렵고 수면으로 피로가
회복되지 않을 때는 병원에 가서 주치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경우에 따라 정신과적 상담이 필요하다.

둘째 피곤하다고 해서 휴식만 취하는 것은 오히려 다른 피로의 원인이
될수 있다.

갑자기 활동량을 늘리는 것은 해로울수 있어 점차적으로 활동량을 늘려
나가는 것이 피로회복에 큰 도움을 준다.

운동을 하면 더 피곤할 것 같지만 규칙적인 운동은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조직에 있는 노폐물을 밖으로 배출하기 때문에 피로회복에 좋다.

셋째 남이 깨우지 않아도 스스로 일어나서 상쾌한 느낌을 갖는 정도의
수면을 취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는 8시간의 수면을 취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넷째 흡연과 음주는 만성피로의 원인이 될수 있다.

가능하면 금연하고 술도 적당량만 마시도록 하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