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관심이 집중된 신규통신사업자 선정을 위한 사업계획서제출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추진기업들은 4권의 신청서류와 부속서류 추가자료등의 인쇄를 끝내고
보안유지에 착수했다.

이들은 지난1년여 통신노이로제 현상까지 보였으나 이제부터는 6월말께
끝날 사업자선정때까지 기대반 불안반으로 초조한나날을 보내게 됐다.

아무리 거울을 들여다봐도 자기보다 잘난 사람은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마음을 놓을수 없는 처지이다.

작년12월 정보통신부의 사업허가신청요령 공고이후 이날까지의 일련의
과정은 마치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한편의 스릴러영화를 본것같은
느낌이다.

아직은 이영화의 결말이 나진 않았지만 그동안의 진행상황을 보면
연출자의 의도는 대충 윤곽이 잡히나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끝나봐야
알것 같다.

메가폰을 잡은 정보통신부의 연출의도는 경쟁력과 효율성이 높은
사업자를 선정, 요금인하와 품질향상 세계무대로의 진출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수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과정을 볼때 이같은 취지가 상당히 퇴색했다는
지적이 강하게 일고있다.

사업준비를 해온 업체들은 실력보다는 로비와 정보수집력 협상력이
뛰어난 기업이 사업권을 따내는 쪽으로 방향이 틀어졌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정통부가 너무 의도하는대로 사업자선정을 몰고가고 있다는 여론이
비등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때문에 사업준비도 제대로 하지않고 실력도 없는 기업이
정통부의 의중을 헤아려 협상력을 바탕으로 연합컨소시엄을 주도, 오랫동안
사업준비를 해온 기업을 짓누려는 양상까지 빚어졌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정통부의 사업자선정기준이 몇차례 수정되면서 기술개발 및
서비스운용능력 등 객관적인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이 협상과
제휴를 통해 사업권을 따낼 가능성이 커졌다는 비난도 거세게 일고있는
상황이다.

개인휴대통신(PCS)쪽의 통신장비제조업체군은 엎치럭뒤치럭끝에
현대-삼성연합과 LG그룹간의 2파전이라는 전혀 예상밖의 구도로
결론지어졌다.

삼성 현대 LG 대우 등 재계의 빅4가 1개의 사업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던중 대우그룹이 먼저 4자연합을 제의했지만 무위로 끝났다.

대우측은 정통부가 재계의 분열을 우려,은근히 연합을 장려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빅4의 전격적인 연합을 제의했던것 같다.

결국 현대와 삼성이 손을 잡고 대우는 비제조업체군에 소주주로 참여키로
결정해 재계는 말할것도 없이 정통부관계자들도 놀랐다는 후문이다.

사업자선정 취지와는 달리 협상력과 혼탁양상이 돋보인(?)분야는 단연
비제조업체쪽 PCS와 국제전화가 꼽힌다.

허가권은 적고 참여희망기업은 많다보니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지만
사업자선정이후에도 두고두고 말썽을 빚을 소지가 큰 분야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비제조업체군의 PCS는 효성 금호 한솔 데이콤 기협중앙회등이 연합과
결별을 되풀이 한끝에 효성-금호 한솔-데이콤 기협의 3파전으로 결론났다.

이들은 당초 한솔-효성 금호-데이콤간에 제휴했다가 불과 3일만에
제휴를 파기하는 이변을 낳았다.

이들의 제휴양상을 지켜본 관계자들은 합리적인 사업계획서작성과
기술력확보다는 제휴가 곧 사업권을 결정하는 것처럼 믿는것 같았다고
지적했다.

무슨 짓을 하더라도 PCS사업에 발을 들여놓고 보자는 식이라는 비난도
일었다.

국제전화쪽은 이보다 더욱 심했다는 지적이다.

일진과 한라가 연합한이후 정통부 고위관계자가
롯데-고합-아세아시멘트-대륭정밀쪽연합에 참가하는것이 좋겠다는 말을
흘려 결국 8개업체가 단일컨소시엄을 구성하게 됐다는 말도 들리고 있다.

이때문에 국제전화분야의 8자연합에 대해서는 "부당경쟁제한에 따른
공정거래법위반"이라는 언론보도도 나오고 있다.

국제전화사업을 준비해온 모업체 관계자는 "통신사업발전에 기여하기보다는
기업위상과 이미지제고를 목적으로 사업권수주경쟁에 뛰어든 업체가 상당수"
라며 "이정도 수준으로 사업권을 따더라도 어떻게 서비스하고 해외진출을
할수있을지 의문"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토로하고 있을 정도다.

재계는 이제 통신사업자 선정이 마무리 될때까지 모든 촉각을 정통부쪽에
곤두세울게 뻔하다.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제대로 심사를 하는지 로비에 의해 어떤 기업에
특혜를 주는것은 아닌지등을 체크할 것으로 보인다.

신규통신사업자 선정이 어떻게 결론지어질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통신시장개방을 앞두고 정부가 원하는 성격의 경쟁력을 갖춘 사업자가
나타날지 그 반대의 경우가 될지 아직은 알수없다.

게다가 제2이통통신사업자 선정때처럼 재계 관계 정치권이 또한번
선정후유증에 시달릴지도 모르는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정통부나 재계 모두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순응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 같다.

<정건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