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곡물시장이 지난 70년대말 소련의 대흉작이후 최대 난국으로
빠져들면서 파동조짐이 일고 있다.

곡물값이 초강세행진을 지속하며 사상 최고기록을 경신하는 가운데 일부
곡물이 올해중 재고가 바닥나 프리미엄을 주고도 구매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옥수수값은 8일 세계최대곡물거래소인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부셸당
4.3575달러를 기록, CBOT 개장(1848년)이래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올들어 18%, 1년전에 비해 70%이상 폭등한 것이다.

밀값도 이날 80년 이후 최고치인 부셸당 5.25달러를 넘어섰고 대두값도
7년만의 최고기록인 부셸당 7.8125를 기록, 지난 1년간 35% 이상 폭등했다.

이같은 폭등세는 영국에서 발생한 광우병파동으로 돼지나 닭 등의 사육이
늘어날 것으로 판단, 사료용곡물인 옥수수에 대한 투기적수요가 증가한
점이 한 원인이다.

또 밀의 경우 미국 남부에서 발생한 곰팡이균 확산으로 미정부가
4천에이커의 밀을 소각했고 수출을 부분 중단하고 있다.

더욱이 북미지역에 엄습한 강추위와 가뭄으로 겨울밀 작황이 부진하고
옥수수 파종이 지연되고 있어 오는 가을께 신곡의 수확전망도 어둡다.

대두의 경우 재배농가들이 가격 오름세가 더욱 가파른 옥수수와 밀로
작물전환을 고려중이다.

그러나 가장 큰 요인은 20년래 최저수준의 곡물재고부족에 러시아 및 중국
등 아시아각국의 수요증가가 겹쳐지는 구조적인 결함이다.

식량정책자문기관인 월드워치연구소는 지난해 기상이변으로 전세계곡물생산
이 소비량에 6천5백만t 부족한 16억8천만t이었고 올해 이월재고도 2억
3천여만t에 불과하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는 48일소비분에 불과한 것으로 60일소비분 이하로 떨어졌을때 과거
곡물파동이 일어났던 점을 이 연구소는 강조하고 있다.

특히 재고가 60년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옥수수는 오는 여름께 파동이
우려되는 대표적인 곡물이다.

최대수출국인 미국의 지난해 옥수수생산량은 전년보다 27%나 줄어든 74억
부셸이었다.

그러나 일본과 한국 등 태평양연안국들의 수요는 급증, 지난 1 4분기동안
CBOT의 거래는 전년동기보다 2배이상 증가한 540만건에 달했다.

미농무부는 이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신곡이 출하되는 9월이전에 옥수수
재고가 3주 공급분에 불과한 4억5천만부셸로 떨어질 것이으로 보고 있다.

이는 사료 및 산업용수요에 필요한 최저재고 6억부셸보다 1억5천만부셸이나
부족한 것이다.

이같은 수급전망위에서 빚어진 옥수수값의 초강세행진은 사료공급분을
올해 25%정도 줄이고 축산농가의 사육가축수도 감소, 육류값 인상을 몰고올
조짐이다.

옥수수를 원료로 하는 미에탄올추출산업계에도 불똥이 파급, 20%정도 감량
경영이 예상된다.

반면, 원가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시럽, 보드카 제조업체들은 가동률을
현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이나 제품가격 인상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옥수수 뿐 아니라 밀과 대두도 중국 등 아시아국가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가격초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거래자들이 보고 있다.

밀의 경우 CBOT에서 올들어 3개월간 거래가 전년동기보다 64% 늘어난
160만건에 달했고 대두의 경우 73% 증가한 340만건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미국산 밀과 대두의 재고가 3월초 현재 1년전보다 10-15%
감소했다.

때문에 CBOT의 거래자들은 "곡물가격 폭등세에도 불구하고 구입할 곡물마저
사라질까 우려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