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가 일제히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시중 자금사정이 풍부한데다 정부가 금리를 끌어내리기 위해 애쓴 탓이다.

이유야 어떻든 금리하락은 좋은 소식이지만 선거 이후 일시적으로 반등할
가능성도 없지 않은만큼 경기동향과 물가안정을 예의 주시하여 금리 안정
기조를 다지는 일에 힘써야 한다고 본다.

최근 금융시장의 자금 수급은 확실히 여유가 있다.

은행 종금 보험 등 거의 모든 금융기관들이 예금은 넘치는데 마땅한
자금의 수요처를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으며 일부 금융기관들은 거액예금을
사절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 정도다.

이같은 자금 잉여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경기둔화에 따른 설비투자
감소로 기업의 자금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의 호황으로 기업 자금사정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따라서 웬만큼 신용이 있는 기업들은 금리수준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당좌대출 기준금리가 10%대로 떨어졌으며 당좌대출 한도
소진율도 지난달 이후 20%대에 머물러 있다.

또한 지난해 기업의 외부자금 조달중 직접금융 비중이 전년도의 38.1%에서
51.0%로 급격히 높아진 사실에서 알수 있듯이 은행대출보다 국내외 금융
시장에서 회사채나 DR(주식예탁증서)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일이
많아졌다.

이에 비해 금융기관들은 자금운용에 고심하는 흔적이 역력하다.

남는 돈을 회사채매입이나 콜시장에 내놓다보니 회사채 유통수익률이
11.3%, 하루짜리 콜금리가 9.3% 안팎에 머물러 있다.

또한 시중 유동성을 조절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은행권을 상대로 경쟁입찰에
부치는 RP(환매조건부 국공채) 금리가 지난 8일 경쟁입찰이 시작된 93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9.8%까지 떨어져 처음으로 한자리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적지 않은 기업들과 금융기관들이 선거가 끝난뒤 정부가 돈줄을
죌 가능성에 대해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한은은 지난 3월중 총통화증가율이 15% 안팎으로 목표치인 16%보다 낮아
통화관리에 여유가 있기 때문에 통화환수를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자칫하면 과잉 유동성이 물가불안을 촉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지난 1일부터 외국인 주식투자 한도가 확대됨에 따라 해외자본
순유입규모가 9억달러를 넘어 유동성 조절문제는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일 시중유동성을 적정수준으로 통제하지 못할 경우 물가불안 뿐만아니라
해외자본 유입에 따른 환율절상 압력을 흡수해 줄수 있는 여지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OECD 가입을 앞두고 경제제도 개혁을 올해중 마무리해야 하는 만큼
이에 따른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기 쉬운 중소기업 소외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국내
금융시장을 구조적으로 개선함으로써 금리안정기조를 뿌리내리는 일이
시급한 정책과제라 하겠다.

특히 각종 경제지표와는 관계없이 경기양극화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을
돕고 동시에 금융기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장외시장 활성화및 모험기업
육성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