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신문언론윤리강령의 선포는 금년이 근대신문 창간100주년이며 다가올
21세기를 맞는 시점에서 우리 언론의 새로운 행동강령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막중하다.
지난 57년 신문윤리강령이 처음 제정될 즈음 당시 자유당정권말기 언론
자유탄압의 수위가 점점 높아가는 상황에서 언론자유의 수호가 강령이
지향하는 가장 높은 규범적 가치였었다.
또한 61년 "신문윤리실천요강"이 뒤따랐고 "신문윤리위원회"가 발족된
시점도 박정희 군사정권아래 언론의 자유수호는 가장 절실한 과제였었다.
따라서 신문윤리강령이 제1항에 "자유"를 내세운 것은 당대의 시대적
상황에서 언론이 지향하는 최고의 규범적 가치를 반영한다.
또한 우리 신문윤리강령은 23년 미국 신문편집인협회가 채택한 "언론강령"
의 규범적 가치인 사실주의와 객관주의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이는 19세기 구미를 풍미했던 사실주의와 20세기 초반 미국 언론계를
지배했던 객관주의를 반영한 규범적 가치이다.
신문윤리강령이 지향하는 자유주의 사실주의 객관주의는 언론의 보편적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한계도 지니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언론의 전개과정에서 사실주의와 객관주의는 전자가 언론의
수동적 성향을 부추겼으며 후자가 이른바 "발표저널리즘"의 폐해를 가져온
방패막이 구실을 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재점검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신문편집인협회는 75년 언론강령을 "원칙의 성명"으로 전면 개정
하면서 언론의 취재에서 "독자적 조사"를 강조한 대목은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해 줬다.
따라서 이 점을 참조하여 신강령개정안은 언론이 기존의 원칙을 지켜야
할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진실을 추적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언론인에게 가장 중요한 취재 및 보도관행과 편집관행에 관해서는 자세한
지침을 두어 현재의 강령을 대폭 보완할 필요가 있음은 언론행태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높아가는 항의에서 반증되고 있다.
기자들의 사생활침해 초상권침해 허가없는 문서반출 신분사칭등이 다반사로
일어나는데도 언론인들은 이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같다.
이번에 마련한 언론윤리강령개정안은 새시대를 맞아 언론인의 직업윤리의
준수를 강화하기 위해 현행 신문윤리강령과 실천요강을 거의 전면적으로
개정 보완 신설한 것이 특징이다.
우선 개정안을 구강령 및 실천요강과 비교해 외양적 특징을 살펴보면
강령의 경우 6조에서 7조로 늘려 개인의 사생활보호와 매체접근의 기회제공
규정을 신설했으며 실천요강의 경우 규제조항 4개조항으로부터 16개조항으로
대폭 늘려 세부규제부문을 28개부문에서 62개부문으로 확대했다.
여기에는 <>취재준칙 <>보도준칙 <>사법보도준칙 <>취재원의 명시와 보호
<>정치적 평론의 자유 <>편집지침 <>어린이보호 <>정보의 부당이용금지
<>언론인의 품위기준보강 등이 포함된다.
따라서 강령개정안은 구강령에 빠졌던 개인의 기본권존중과 수용자의
매체접근권 등을 보장하고 있으며 실천요강은 언론인과 언론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직업윤리준칙을 대폭 보강신설하고 있음을 특징으로
한다.
구강령이 제3조 "보도와 평론의 태도"에서 "사실의 신속정확한 전달을
생명으로 "한다고 규정하여 "사실보도"의 "정확성"원칙을 강령의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고 있으나 개정안은 사실보도의 "정확성" 뿐만아니라
"진실"을 추적해야 함을 요구하는 "진실성"원칙을 천명했다.
새로운 강령은 구강령과는 달리 신문사설이 특정정당이나 특정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할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신문은 방송과 달리 정치적 평론의 자유를 갖고 있음을 천명한
대목이다.
한국언론을 대표하는 세 단체가 모처럼 후원하여 마련한 이 언론윤리강령
및 실천요강개정안은 공청회 등을 통해 보완된만큼 종합적이면서도 체계화된
훌륭한 언론강령이 될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