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는 시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하늘의 무지개를 바라보면 / 내 가슴은 뛴다 / 내 나이 어렸을 때도
그랬고 / 어른이 된 지금도 그렇고 / 늙어서도 그렇기를 바라노니 그렇지
못할바엔 죽어도 좋다 /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 그리고 자연을 동경하는
맑은 마음으로 평생 하루하루가 맺어지기를-"
워즈워드에게 있어서 어린이는 신이 창조한 인간의 본래 모습이다.
다시 말해 갓난 아기는 자연과 신에 가장 가까이 있는 존재인 것이다.
일찍이 동양 사람들도 어린이의 마음을 "하늘의 마음 (천심)"이라
했고 예수도 "아이들이 내게로 오는 것을 막지 말라.
하느님의 나라가 이 아이들의 것이니라" (마태복음 제10장)라고 제자들
에게 말했다.
이들은 어린이들만이 하늘의 진리를 알고 있고 하느님의 나라가
아이들을 위해 있는 것임을 일깨워 주었다.
신과 자연에 가장 가까이 있던 어린이도 성장과 더불어 인간의 지혜를
터득해 가면서 점차 온갖 때가 묻은 속물로 변해 버리게 된다.
그것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그러니 자연히 어린이의 아버지가 어른이 아니고 어린이가 어른의
아버지가 될수밖에 없다.
요즈음 한국의 현실을 되돌아 보면 어린이가 어른의 아버지로 자랄수
없는 요인들이 너무나 많다.
영상매체의 대중화는 어린이를 온갖 악과 위선에 가득찬 성인세계에
노출시켜 신이 준 순수한 마음을 앗아 버린다.
조기 영재교육이라는 구실로 널리 행해지는 갖가지 과외에 허덕이는
어린이들은 마음껏 뛰어 놀수 있는 시간은 고사하고 숨 돌릴 틈조차
없게 꽉 짜여진 시간표 속에서 성인 못지 않게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최근 연세대의대 정신과교수팀은 서울시내 초등학교에 학급당 평균
4~5명의 어린이가 정서.행동 장애증세를 갖고 있다는 충격적인
조사보고서를 내놓았다.
그 장애가 특히 부모를 따라 해외에서 장기간 생활한 어린이들이나
부유층 자녀중 아버지가 집을 자주 비우는 가정과 이혼등으로 인한
결손가정의 어린이들에 많다는 분석이다.
그 책임은 결국 어린이를 어른의 아버지가 되게 키워낼수 없는
사회제도와 가정환경을 만든 성인들에게 있다.
그런데도 어른들은 그 어린이들의 더럽혀진 영혼을 치유해줄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신과 치료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니 답답할 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