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하늘이 보다 깊고 넓어지게 됐다.

우리나라 천문학연구의 새장을 열어줄 보현산천문대가 3일 준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천체관측활동에 들어갔다.

경북 영천시 해발 1천1백24m 보현산 정상에 위치한 이 천문대에는 6년동안
건설비 74억2천만원, 장비도입및 설치비 55억원등 모두 1백29억2천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보현산천문대는 특히 각종 첨단 우주관측장비를 갖춰 기존 소백산천문대
천체관측활동의 한계를 극복하고 21세기 우주한국의 위상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장비는 프랑스 텔라스사에서 도입한 무게 22t, 높이
7.8m, 가로길이 3.9m 그리고 주경지름이 1.8m인 광학망원경.

이 망원경은 사람의 눈에 비해 10만배(소백산천문대 61cm 망원경의 9배)나
많은 빛을 모아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어둡고 희미한 천체까지도 관측할
수 있다.

분해능(성운등을 분리해 볼 수 있는 해상력)은 각도로 0.4초(1초는 3천
6백분의1도)로 12km 밖에 떨어져 있는 1백원짜리 동전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이다.

이 망원경은 컴퓨터에 의해 제어되는데 원하는 별의 위치를 입력하면
대기굴절률과 온도에 따른 경통(거울이 들어있는 통)의 팽창률, 그리고
별의 고도에 따라 경통이 휘는 정도를 자동계산해 1천8백분의 1도 이내로
정확히 맞춰 별을 추적할수 있을 정도로 정밀도가 높다.

이 망원경에는 또 전하결합소자카메라, 중분산분광기, 스펙클카메라등
부대관측장비가 장착돼 천체와 우주의 생성, 진화, 소멸및 생명체의 기원등
우주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를 도울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자결합소자카메라는 기적의 눈, 전자눈이라고도 불리우는데 사진건판에
비해 감광감도가 수십배나 높고 관측결과를 컴퓨터로 바로 확인할수 있는
특성을 갖추고 있다.

중분산분광기는 천체로부터 나오는 희미한 빛을 파장별로 분산시켜 그
스펙트럼을 기록하는 장비로 천체의 구성성분 온도 운동속도등 물리적
성질을 알아내는데 이용된다.

스펙클카메라는 망원경의 분해능을 극대화할수 있는 장비로 1.8m 망원경에
부착해 사용했을 경우 70km 밖에 있는 1백원짜리 동전크기의 물체도 식별할
수 있게 해준다.

천문대는 이들 부대장비가 장착된 망원경으로 슈메이커-레비 혜성의
목성충돌장면을 촬영했으며 최근에는 햐쿠타케혜성의 모습도 포착, 공개
했었다.

또 하나의 핵심장비는 미 아스트로피직스사로부터 들여온 태양플레어
망원경이다.

직경 15-20cm 망원경을 각각 2대씩 모두 4대를 묶어 설치한 것으로 4개의
서로 다른 파장으로 태양을 동시에 관측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 망원경은 태양표면 물질의 운동상태, 자장의 분포와 세기등을 측정하고
태양 혹점등의 발생원인등을 규명하는데 쓰인다.

전파교란, 지구상층대기의 전자기파증가등 태양이 지구에 미치는 직간접
영향을 예보함으로써 태양활동으로부터 발생하는 인공위성장비의 훼손,
통신장애등과 같은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천문대의 박석재박사는 "보현산천문대 준공은 우리나라 천문학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라며 "민족의 우주지평이 넓어진 만큼 국내 천체연구활동
도 보다 활기를 띄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