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원은 2일 37명의 과장급인사를 단행했다.

청와대파견등 행정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 이날 발표명단에서 제외된
10명을 포함하면 모두 47명이다.

이는 본부과장급 보직 65명의 72%에 이르는 대규모 자리바꿈이다.

이번 대규모 인사를 바라보는 재경원내 시각은 두가지로 크게 엇갈리고
있다.

하나는 과거 경제기획원과 재무부출신의 화학적 통합이 완성됐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재무부출신의 재경원 장악이 끝났다는 해석이다.

"화학적 통합"이란 배경은 수적인 배분이다.

재무부출신의 아성으로 여겨지던 금융정책실의 재무부 대 기획원비율이
종전 9대3에서 7대5로, 기획원출신이 몰려있던 예산실이 3대12에서 5대10
으로 불균형이 상당히 해소됐다는 논리다.

이환균 재경원차관은 "이제 재경원안에 구재무부나 구경제기획원이란
단어는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반면 일각에선 이번 인사를 기획원의 뿌리를 흔들어 놓은 인사로 평가한다.

각 실.국의 주무과장을 대부분 재무부출신들이 차지했다는 점에서다.

재경원 본부는 크게 국세심판소와 예산 세제 금융등 3실, 국고 경제정책
대외경제 국민생활등 4국으로 나뉘는데 예산실과 국민생활국의 주무과장만
기획원 출신들로 채워졌고 나머지 6개 자리는 모두 재무부출신이 기용됐다.

기획원출신들은 특히 "기획원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경제정책국 주무과장에
재무부출신이 온 것은 기획원출신의 자존심을 몹시 상하게 만들었다"고
말할 정도다.

관계자들은 그러나 "이제 과거 출신부처를 따지며 기득권을 주장하던 시대
는 지났다"며 "누가 어느 자리에 있던 해당 조직의 독특한 기능을 살리며
조화를 이룰수 있도록 하는게 앞으로의 과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재경원은 앞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세연구원등 국내연구소파견
6명과 해외 11명등 해당기관의 요청으로 파견되지 않은 17명은 앞으로 본부
복귀시 추가파견을 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인사적체가 당분간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육동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