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업계에서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며 승승장구하는 실리콘그래픽스
사가 최근 들어 애플컴퓨터와 같은 전철을 밟지나 않을까 내심 우려하고
있다.

전성기의 애플컴퓨터가 그랬던 것처럼 실리콘그래픽스도 컴퓨터업계의
그래픽워크스테이션 컴퓨터제조분야에서 확고한 지위를 구축하고 있다.

미중앙정보국의 첩보위성전송사진합성이나 보잉의 제트여객기설계,
스필버그감독의 주라기공원에 나오는 공룡이미지합성등이 실리콘그래픽스산
워크스테이션의 작품이다.

특수한 분야의컴퓨터를 제조하다보니 판매가격도 높다.

대당 2만2,000달러에서 최고 100만달러에 이른다.

뿐만아니라 판매마진도 대부분의 PC제조업체들이 누리는 것에 거의 두배에
달하는 50%나 된다.

애플컴퓨터의 판매가격전략과 같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실리콘그래픽스도 넘어야 할 산을 만났다.

별로 신경쓰지도 않았던 PC업계로부터의 도전이 바로 그것.

컴퓨터칩의 기억용량이 점점 늘어나고 강력해져 워크스테이션급 컴퓨터와
PC사이의 구분이 불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워드프로세싱작업이나 단순한 계산기역할을 했던 PC가 요즈음엔
애니메이션등 다른 복잡한 계산능력을 발휘하는데 따른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프로그램이 애플컴퓨터와의 격차를 좁혔듯이
실리콘그래픽스도 PC업계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예를 들어 실리콘그래픽스의 제품중 7,500달러로 가장 싼 "인디"제품이
워크스테이션부문의 최대라이벌인 휴렛팩커드의 최신모델(6,700달러)에
쫓기고 있는 형편이다.

비록 복잡한 3차원그래픽부분이 약하지만 인텔의 펜티엄칩을 사용, 속도가
인디보다 훨씬 빠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컴퓨터운영체계를 사용하며 인텔칩이 내장된 PC를 이용
하는 고객들이 실리콘그래픽스보다 훨씬 많다.

이렇게 되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워크스테이션 운영프로그램인 윈도NT가
사실상 워크스테이션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 실리콘그래픽스의 칩을 이용했던 컴퓨터업체들이 최신 인텔칩으로
돌아서고 있다.

실리콘그래픽스의 매크래캔 회장은 겉으로는 PC업계의 이같은 도전을 애써
외면하면서도 어느 부분 애플의 선례를 인정하고 있다.

그가 최근 앨리어스 리서치와 웨이브프론트 테크놀러지등 2개의 그래픽
전문 소프트웨어업체를 인수한 것이 좋은 예다.

여기에다 실리콘그래픽스는 경쟁자를 따돌리기 위해 지난 2월말 세계최대의
슈퍼컴퓨터제조업체인 크레이리서치사를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히기까지
했다.

< 김홍열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