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방직은 이달초 천안외국어전문대와 위탁교육협약을 맺고 천안공장내에
부설캠퍼스를 열었다.

천안공장 근로자, 특히 여성근로자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넓혀 주기 위한
것으로 부설 연화여고를 졸업한 80명이 비서행정학과와 사무자동화과에 입학
했다.

2년간 학비의 절반을 회사에서 지원해 주는 조건이다.

지역 전문대학과 협약을 맺고 종업원들에게 전문대과정을 교육시키는
면방업체가 늘고 있다.

방직협회 소속 22개 회원사 대부분이 이미 과정을 개설했거나 도입을
검토중이다.

동방방직에 이어 대한방직 삼일방직 제일모직등 3개업체는 올해안에
이 과정을 개설키로 했고 동일방직 삼화방직 태창기업 쌍방울등도
전문대위탁교육 과정개설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방 전방 충방 대농 방림 영남방 동국방 갑을방적 등 10개 업체가 이미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전문대학위탁교육과정은 일반사내대학과 달리 이 과정을 졸업하면
전문대졸업자와 동등한 자격을 갖게 된다.

사원들은 매일 오후 6시30분부터 3시간동안 회사내에서 수업을 받고
주1회 이상만 전문대학에 나가 실습을 하면 된다.

학비도 상당부분 회사가 대준다.

물론 월급은 정상적으로 나온다.

전자 등 첨단업종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은 제도다.

면방업체들이 잇달아 전문대과정을 개설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답은 간단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여성이 주류인 생산직근로자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
이다.

"지난 70~80년대만 해도 산업체 부설 중고교가 근로자들을 끌어들이는데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90년대들어 학력과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적어도 전문대는 보내준다고 해야 근로자들이 모인다"(동방방직
이창근 총무부장)

부설실업계고교의 ''약효가 다해'' 새로운 처방을 냈다는 얘기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면방업계의 부설고교 15개교는 지난해 기준으로 학생
확보율이 35%를 밑돌고 있다는데서도 이는 잘 나타난다.

국내 산업체부설학교의 효시로 15년간 5만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한일합섬의 한일여실고는 지난 89년 더 이상 학생모집이 어려워 아예 일반
여고로 전환했다.

제일합섬이 올초 마지막 졸업식을 갖고 문을 닫은 경산이 성암여실고도
마찬가지 케이스다.

이 회사 관계자는 "최근 3년간 입학지원자가 한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산업체부설 중학교는 더하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78년 13개에 달했던 산업체 부설중학교는
지난 94년에는 1개교로 줄었다.

고등학교의 경우도 88년 40개에 달했으난 지난해에는 26개로 줄어든
상태다.

섬유업체들이 부설 중고등학교를 없애고 있는 것은 설비자동화로 인력
수요가 줄어든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인 면방은 자동화가 본질적으로 어렵게
돼 있다.

고부가가치제품으로 차별화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선 소량다품종생산체제를
유지해야하고 그만큼 사람의 "손"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방직협회 관계자는 "면방업계의 최근 이직율이 55%에 달해 올해의 경우
업계 전체부족인원이 5천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따라 전문대위탁교육과정은 진정한 의미의 사원복지라는
보다는 그나마 있는 인력을 유지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해석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작년부터 현장근로자들을 안양전문대에 위탁교육시키고 있는 방림은
"그동안 부설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직장을 떠나는 사람이 많았으나 전문대
과정설치후엔 퇴사자수가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면방업계는 이처럼 전문대위탁교육과정에 대한 성과가 좋아 앞으로 교육
개혁위원회가 제시한 교육개혁의 일정이 확정되는대로 이를 정식대학과
같은 자격을 주는 ''신대학''으로 육성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권영설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