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구 배분기준이 종전의 의석비율에서 득표비율로 바뀜에 따라 각당의
전국구 후보들이 지역구출마자 못지 않게 표밭을 누비고 있다.

"금배지"를 얻기 위해서는 소속당의 득표율을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야4당의 전국구 후보들은 각지를 돌며 지역구후보와 같은
유세전을 펼쳐 전국구와 지역구간의 "역할파괴"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신한국당은 1,2,3번에 배치된 이회창 선대위의장 이홍구 고문 이만섭
전국회의장과 21번의 박찬종 수도권선대위원장이 유세전의 선봉장을 맡아
표심을 유혹하고 있다.

이의장과 박위원장은 투표 전날 TV와 라디오방송연사로도 나선다.

이홍구 고문은 소리없이 호남권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박위원장은 특히 지난 27일 임명장을 받은 후보들에게 이름을 거명해
가며 현장에서 뛸 것을 촉구.

박위원장은 이자리에서 "지역구후보들은 발바닥 부르트게 뛰고 있는데
전국구 받았다고 느긋해 하지 말고 현장으로 나가라"고 다그쳐 공감을
얻어냈다.

이전국회의장은 김윤환 대표위원과 콤비를 이뤄 대구.경북 지역에서
"주포"로 활약하고 있다.

경북출신인 김덕전 통일부총리와 박세환 전2군사령관은 경북지역의
반신한국당 정서 타파에 나서고 있다.

5번인 권영자 전정무2장관은 여성계, 8번인 신영균 예총회장은 문화예술계
포섭을 위해 투입됐다.

전석홍 전전남지사(11번)의 경우 여당후보가 선전하는 전남 나주, 광양
등에 기동타격대로 투립할 계획.

<>.국민회의도 전국구 후보활용에 적극적이다.

김대중 총재는 최근 "전국구 순번을 정하는데 애로가 많았다"면서 "당선권
안의 사람들은 책임지고 일해야 한다"며 "전국구 역할론"을 강조.

1번인 정희경 선대위공동의장과 박상규 부의장을 라디오 연사로, 6번
김한길 대변인을 TV연사로 각각 내세운다.

정의장은 여성을 겨냥, "여성에게 기회를"이란 주제로 연설하며 중소기업
중앙회장 출신인 박후보는 "경제제일주의"를 주제로 자영업자 중소기업인
샐러리맨 등을 공략한다.

충남출신인 박부의장은 인천 선대본부장을 맡아 인천의 11개 선거구
득표할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지역에 충청출신이 30%을 차지하고 공단이 밀집돼 있어 중소상공인이
많다는 점을 감안한 포석이다.

장애인 출신 이성재 변호사(3번)는 장애자협회 등 관련단체들과 접촉,
지원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동원 전외무부장관(7번)은 이북출신이라는 점을 활용, 이북5도민회와
실향민단체 등을 파고들고 있다.

여성유권자연맹회장을 지낸 신낙균 부총재(8번)는 "새정치 여성대회"를
주관하는등 여성계 공략에 열심.


<>.민주당은 당선가능권으로 보는 9번 이내의 후보를 권역별로 묶어
연설원으로 활용할 방침.

1번인 이중재 선대위공동위원장 하경근 선대위상근부위원장 김홍신
대변인 등 3인은 전국을 돌며 대규모 유세에 연설원으로 나선다.

이와 함께 <>수도권=이미경 연성단체연합대표(2번) 곽영훈 당무위원(8번)
오현주 당무위원(9번) <>영남권=이수인 전의원(3번) <>호남권=이형배 전의원
(7번) <>충청권=조중연 전의원(5번) 등을 투입, 중.소규모의 유세에 활용할
계획이다.

직능계 공략도 전구구후보 몫이다.

이미경 대표을 여성계 공략에 투입하는 것을 비롯, 김대변인과 연극인
출신 오현주씨를 문화예술계에, 중앙대총장을 지낸 하부위원장과 영남대
교수인 이수인 전의원을 학계 공략에 활용한다.

TV연설은 이전의원과 김대변인이 내정된 상태.

<>.자민련은 1번 정상구 전의원과 7번 정상천 의원및 10번 강종희
경남체육회이사에게 부산.경남권 후보지원을 맡겼다.

한영수 선대본부장(2번)과 이건개 전대전고검장은 충청권을 담당하게
된다.

강원권은 한호선 전농협중앙회장(9번)과 김허남 이북5도특별대책위원장
(4번), 전북권은 김광수 전의원(5번), 광주.전남권은 지대섭 후보에게
책임이 주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중앙회장 출신의 한후보는 전국 농민을 상대로 당의 얼굴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그는 TV연설회에도 나갈 것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 이건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