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원의 손해보험 3단계 가격자유화방침은 이미 예고된 것이긴 하나
가격경쟁을 통한 보험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정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대내외에 공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가격자유화 폭이 손보업계가 당초 예상한 선을 훨씬 웃돈 30%로
정했다는 사실에 손보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업계는 경쟁상황에 익숙하지 못한 현실을 감안, 3단계 자유화대상 종목의
범위요율을 15~20%정도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재경원은 범위요율을 30%로 넓힘으로써 사실상 보험료 인하폭이
더욱 커지게 됐다.

김종천동양화재이사는 "업계의 경쟁상황을 감안해 볼 때 이번 조치에
따른 보험료인하효과는 평균 29%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만큼 보험사의 가격경쟁은 치열해 질 수 밖에 없고 수입보험료는 줄어
든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들 13개 종목(연간 수입보험료 2천89억원)에서만 5백억원이상의
수입보험료가 줄어든다는게 보험업계의 분석이다.

이번 자유화조치로 평균 7~12%의 인하효과가 있다는 재경원에 비해 훨씬
그 여파가 크다는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삼성 현대 LG 동양등 대다수 손보사들이 96년 사업계획의 수정작업에
들어간 것도 이같은 업계의 판단을 잘 뒷받침해 주고 있다.

물론 이같은 업계의 움직임이 비단 3단계 가격자유화에 대한 대응이라고
볼 수는 없다.

내년1월부터 화재보험에 대한 재보험시장의 빗장이 열리는등 재보험자유화
조치로 대형물건에 대한 인수경쟁도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또 4월부터 시행될 독립대리점과 97년 브로커제 도입방침등으로 선진기법과
자본력을 앞세운 외국계 보험사의 진출도 가시화되고 있다.

또 생명보험업계와 경쟁이 불가피한 장기상해보험의 예정위험율(8%)도
일정범위내에서 자유화되는 범위요율제가 시행돼 이들상품의 보험료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완전자유화시대"로 한발한발 다가서면서 손보업계의 대내외 여건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업계가 이같은 자유화를 통한 경쟁시대를 수용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있느냐는 점이다.

업계관계자는 이에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우선 오랫동안 가격규제에 익숙해 있는 업계의 인적 구조와 영업전략이
신속하게 바뀌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

이와함께 국내기업의 보험가입행태도 보다 가격지향적인 자세로 이행되면서
손보사들의 가격경쟁을 촉발시키고 있다.

이번 재경원의 자유화조치로 주된 가입자인 기업들의 보험료부담을 덜 수
있는 이점이 있고 국내보험산업도 요율경쟁을 부추기면서 보험료 인하및
서비스 개선을 이루면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내보험사들은 위험을 선택하는 언더라이팅기법을 향상시키고 비교우위가
있는 종목을 특화하려는 종목별 전문영업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는 김석원
재경원 보험제도담당관의 설명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어쨌든 손보업계로선 특정보험물건의 위험을 적정한 가격에 인수하는
"보험원리에 기초한 경쟁" 풍토를 조성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부상
했다는게 보험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 송재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