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수익률등 시중 실세금리는 계속 내림세를 보이고 있는데 은행
대출금리는 또 오른다고 한다.

제일은행이 23일부터 가계대출 최고금리를 13%로 종전보다 0.5%포인트
올린데 이어 다른 시중은행들도 내주중으로 가계대츨금리를 같은 폭으로
올려 받겠다고 밝혔다.

시중은행들은 년9%인 대출기준금리(프라임레이트)는 건드리지 않고
각은행에서 자율적으로 조정할수 있는 가산금리체계를 바꾸는 형식으로
금리를 올렸다.

기업대출의 경우 신용도에 따른 가산금리폭을 확대,결과적으로 전체의
10~15%에 해당하는 우량기업에 대해서는 금리를 0.5%포인트 낮추고 나머지
기업에 대해서는 0.5~1%포인트 올렸다.

작년하반기이후 시장 실세금리는 지속적인 내림세를 보여왔다.

최근들어 회사채수익율 11%대,콜금리 9%대라는 기록적인 저수준에 진입한
뒤에도 하향성추세는 바뀌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은행수지가 좋지않다는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작년중 시중은행들은 유가증권 평가손실을 제대로 계상할 경우 흑자결산이
불가능, 이를 일부만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편법을 쓰기도 했다.

수지개선을 위해 금리를 올렸다고 볼수도 있다.

실세금리는 내리는데 대출금리를 올릴 명분은 없고,그래서 신용도에 따른
가산금리체계를 조정하는 편법을 택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방만한 은행경영으로 인한 손실을 메우기 위해 금리를 올린다는 것은
한마디로 은행이 경영의 잘못을 다른 산업에 떠넘기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제수준을 크게 웃도는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어온
수출산업의 경쟁역을 더욱 떨어뜨리는 것이기도 하다.

신용도에 따른 가산금리폭을 확대하는 형식의 이번 시중은행 금리인상으로
가장 큰 불이익을 보는 것이 중소기업이라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위험이 크면 비싼 금리를 적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중소기업대출중 주종은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등의
보증대출이다.

신용보증기금보증분만 8조원을 웃도는 이들 중소기업대출은 은행으로서는
대손의 위험이 전혀 없는 대출이다.

그런데도 보증에 관계없이 대출을 받는 기업의 신용도를 기준으로
비싼 가산금리를 적용해오다 이를 더 올린 것이다.

국내에서도 회사채의 경우 발행기업에 관계없이 보증이 있으면 무보증채
보다 금리가 낮다.

시중은행들의 이번 금리조정을 최근들어 더욱 강조돼온 중소기업우대정책이
실제로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할수 있다.

실세금리가 내리는데도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릴수 밖에 없었던 것은
무리한 수신경쟁 때문이라는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나웅배부총리가 23일 각은행에 대해 무리한 예금유치경쟁을 자제하라고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은행들은 실적에 따라 배당하게 돼있는 신탁상품의 운용수익율이 떨어져도
다른 은행과의 경쟁을 의식, 배당율을 내리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신탁상품등 고수익성 수신을 결손없이 운영하려면 대출금리를 올리는
콜금리가 9%인데도 신탁계정자금을 은행계정에서 10%대로 차입, 대출재원
으로 활용하는 편법이 통용되는한 대출금리인하는 불가능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