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성립요건은 영토 국민 주권이다.

이중 영토는 지상뿐아니라 주변해역까지 포함하는 공간적인 것으로 주권은
주변해역까지 미친다.

국토주권에 이어 이른바 해양주권이 강조되는 시대인 것이다.

백제가 해양국가로서 위세를 떨친이래 통일신라때 장보고는 청해진을 기점
으로 한.중.일을 오가는 해상권을 장악했던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당시 장보고의 선단은 잘 훈련된 무사들이 승선한 10척의 무역선으로 청해
깃발을 달고 있었다고 한다.

왜 깃발을 달았을까.

소속을 밝히기 위해서였을게다.

이것이 현대까지 이르러 국제항행 선박은 반드시 선적국의 깃발을 게양해
주권국을 나타내게 됐다.

따라서 공해에 있어서는 당연히 기국주의다.

외국 관할수역에서는 어떨까.

94년 11월에 발효된 UN해양법 협약은 일반원칙으로 연안국주의를 택하면서
관계국간 별도협정은 예외로 한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보자.

우리는 52년에 주권수역의 범위를 정한 평화선을 설정했다.

당시 우리 어선세력은 미미했으나 일본어선은 세력 확장중이던 터라 평화선
침범사례가 빈발했다.

이때문에 한.일양국은 65년 위반어선에 대한 단속및 처벌을 기국이
행사토록 어업협정을 체결했다.

한국해역에서 조업한 일본어선을 우리 경비정이 단속하지 못하고 일본에
통보해 일본법으로 처벌하는 방식이다.

당연히 일본에 유리한 협정이었다.

80년대 들어 상황은 반전됐다.

우리 어선세력이 커지면서 일본해역을 침범하는 사례가 더 많아진 것이다.

다급해 진 일본은 그래서 위반어선에 대한 단속및 처벌을 연안국이 행사
하는 연안국주의로의 전환을 모색중이다.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어떤가.

한.중간 어업협정이 체결되지 않아 한국어선은 중국쪽 조업을 최대한
자제해 왔으나 중국어선의 한국해역 침범은 점차 증가하는 실정이다.

이제 한.일, 한.중 관계는 서로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과 재편된 세계 해양질서에 비춰 우리의 국익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20세기 후반 해양주권시대에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