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중공업 울산공장장 A전무는 최근 4.11총선에 출마하는 선량후보
Q씨로부터 곤혹스런 요청을 받고 거절하느나 진땀을 뺐다.

A전무와 평소 잘아는 사이인 Q씨는 "지역구 유권자 2백명을
공장견학시키려하는데 "실탄"이 없다"며 "견학을 안내해주고 비용도
찬조해달라"고 "읍소반요청반"의 당부를 했다.

A전무는 재계가 비자금사건으로 자정선언까지 하면서 거듭나겠다고
천명한후본연의 경영활동에 부심하고 있는데 이같은 선거지원을 어떻게
해주냐며 거절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비단 A전무뿐만이 아니다.

총선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면서 선량지망생들로부터 전자 자동차 중공업
등 대형 사업장에 대한 공장방문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

후보들의 공장방문 요청은 비자금사건이후 금품이나 향응제공 등
불법선거운동이 어려워지자 합법적인 방법으로 유권자를 끌어 모으기위한
교묘한 선거운동방법으로 동원되고 있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그러나 해당업체들은 특정후보의 요청을 들어줄 경우 다른 후보들의
방문요청을 거절하기 어렵고,자칫 물의를 빚을 우려가 있어 이를
거절하느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선량들의 발길과 전화공세가 부쩍 많아지고 있는 곳은 삼성전자 수원
기흥구미공장,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의 울산공장, 대우중공업의 옥포조선소
삼성중공업의 거제조선소, LG전자의 창원 구미공장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각 정당의 출마자들로부터 선거구민과 함께 수원과
구미공장을 방문하게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들 공장의 공장장들은 최근들어 선량들의 빈번한 방문요청 전화를
받고 "정중하게" "노댕큐"를 되풀이 하느라 업무 차질을 빚을 정도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민감한 "과외업무"요청으로 경영활동에 지장을 받아
짜증스럽다고 하소연하고 있는 것.

삼성그룹비서실은 이와관련,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총선이후
곤욕을 치를 우려가 있다고 판단, 전자를 비롯 계열사 경영진에게 후보들의
지원요청을 사절할 것을 지시해놓고 있는 상태다.

현대중공업의 울산공장관계자도 "평소 공장인근주민과 학생 등
단체방문객의 공장견학을 허용하고 있다"며 "그러나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선거구민을 동원한 후보들의 공장방문을 허용할 경우 선거운동에 이용될 수
있어 이를 사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업체들은 선량후보들의 공장방문요청에 곤혹스러워 하면서도
이들의 감정을 자극할 우려가 있어 쉬쉬하면서 공개를 꺼리고 있다.

< 이의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5일자).